소절素節의 억새야! / 淸草배창호 귀밑머리에 홀씨 하나이고 있는 네, 바람이 스치기만 하여도 이별을 예감한 상강霜降이 지나고부터 곁에서 머물다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바람은 불어야 바람이지만 이내 후회 없이 주고 갈 사랑이라는데 미어지도록 속울음 삭히었으니 오다가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도 잉걸불의 열정인 줄만 알았는데 인고의 세월 동안 나름의 꽃을 피우고 훌훌 벗어버린 섶 대궁에 잡아둘 수 없는 막다른 사계四季의 속 정을 쉴 새 없이 휘날린다 어찌 이름조차 억세다고 불렀는지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대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의 보답일까, 누울 때를 알고 일어설 때를 아는 혼신을 다한 살풀이를 이 소절素節을 뒤 남겨 놓고 간 상념 깊은 시름 뉘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