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이 다가오자 집사람은 제물준비 할 일이 신경 써 지는지
구입할 품목들을 메모해두고 누락한 품목이 있는지 자주 확인하고 있다.
동작동 국립묘지에 두째 처남이 안장되어있어 수원으로 이사 온 후 부터
30년을 매 년 제물을 준비해서 다녀오고 있다.
장모님께서 몇 년 전까지 오셔서 제물준비를 같이 해주셨는데
최근 들어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우리가족과 막내처남가족
그리고 처조카들이 참석해서 참배하고 있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니 이에 따른 준비물도 엄청나다.
가방 메고 손에 들고.....
이렇게 30년을 매 년 다녀왔는데...
지난 주 금요일 금년 92세이신 장모님께서 집주변에서 낙상하셔서
왼쪽 팔이 골절되고 입술이 찢어지고 치아도 여러 개 부러져서 급히
대학병원으로 모셨으나 검진 후 의사는 “연세가 많으시고 지병이 있어 수술이 어렵다”고 해서
기부스하고 입술만 꽤매고 집으로 오셨다고한다.
골절된 팔은 뼈가 어긋나 있어 병원에서 맞추려고 노력했으나
원 상태대로 맞추지 못하고 골절된 부위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토요일 지방병원을 찿아 수술여부를 질문하니... 의사가 “수술할 수 있다”고 해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어 수술할 날만 기다리게 되었다.
이 와중에 큰 처남은 경운기를 끌고 가다 농로를 이탈해 논으로 쳐 박혀
눈 부위가 찢어져 병원에서 검사 후 상처부위를 꽤매고 왔다고 한다.
집사람에게 현충원 참배는 취소하고 모두 장모님 찿아 뵈라고 연락하라고 말하고
장모님께서 아직 수술 전이니 장모님은 현충일 날 찿아 뵙고
일요일에 동작동 국립묘지에 다녀오기로 했다.
예년에는 짐도 많고 참배하러가는 인원이 여러명이라 시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이용했는데 현충일 전에 가는 길이라서
시외버스와 전철을 이용해서 동작동으로 향했다.
주말에 현충원을 찿는 분들이 많아선지 입구에 꽃파는 분들이 무척 많다.
꽃 한 다발 사들고 처남이 안장된 묘역으로 가는데
추모객들이 승용차로 묘역 옆 소로까지 편하게 가고 있다.
30년을 버스와 전철 그리고 최근 몇 년 전부터
시에서 제공해주는 버스를 이용해서 현충원에 다녀왔는데
현충일 전에 방문하면 승용차 출입이 허락되는지 그 동안 모르고 있었다.
서울현충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숨결과 정신이 생생히 살아있는
우리민족의 역사이자 성역이다. 민족의 아픈 과거이기도 하지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귀한 삶을 희생하고 아울러 국가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하신 분들을 모신 곳으로 후손들에게 영구히 보존,
계승시킬 수 있는 겨레의 성역이며, 순국선열들의 불굴의 투혼을 계승하여
과거를 기억하면서 민족이 더욱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정신을 일깨워주는 장소이다.
묘역으로 향하는 현충원 인도에 수양 벚나무에서 떨어진 뻣이
인도 블럭에 검게 물들어 있다.
조경수목이 고목이 되어 편안한 분위기를 주고 있다.
묘역과 묘역사이의 소로에는 산딸나무 흰 꽃이 만개해서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처남은 군생활 중 1974년에 병사하여 현충원에 안장되었다.
묘역에는 현충원에서 준비한 조화가 꽃병에 꼽혀있다.
구입한 생화를 조화와 함께 꼽아주고 과일과 포, 제주로 가져간
소주를 잔에 가득 채우고 재배하며 “처남 장모님 수술이 잘되게 해주십시요”라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묘역 주변을 바라보니 우거진 나무가지 사이로 한강이 내려 다 보이고
낮으막한 야산과 어우러진 현충원 경관이 빼어나서 이곳이 명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어제 월요일 하루 종일 장모님 수술결과가 궁금한데...
오늘은 검사만하고 검사결과에 따라 수술 날자를 정한다고 집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
저녁 시간... 검사결과 장모님 건강문제로 수술을 할 수 없다 해서
집으로 모시고 왔다고 처남댁한테 전화가 왔다.
집사람이 실망하는 게 역역하다.
대학병원에서 못한다는 수술을 지방 작은 병원에서
수술할 수 있다고 해서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노인의 경우 골절로 누워 있으면 점차 호흡이 약해지고
폐에 가래가 차면서 폐렴이 오기 쉽다고 한다.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노인에게 폐렴은 치명적인 사망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다행이 다리가 아니고 왼쪽 팔이이라서 그래도 조금은 다행이지만 왼쪽 팔을
영영 사용하지 못하시는 불편함을 사시는 동안 감수해야하니 많이 염려된다.
현충일에 찿아 뵙지만 아무런 도움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
남은 여생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마음만 간절하다.
- 2019. 06. 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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