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노모의 부주의가 아들은 본인 과실이라며...

덕 산 2018. 1. 25. 12:19

 

 

 

 

 

 

 

 

어제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7도였다.

한 낮에도 영하8도에 머물고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10도 이하이다.

 

오후 본사에 다녀오는 길 고속도로 진입하자

지난해 12월에 이사 온 세입자한테 전화가 왔다.

보일러가 작동이 되지 않는다고 노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혹한에 관리부실로 인해 얼은 것 같은 생각이다.

지금 댁에서 전화합니까?”

아니요 가게입니다.”

동네에서 야채와 과일을 취급하는 마트를 운영하는 노모의 아들이다.

댁에서 통화해야 서로 보일러 상태를 확인하며 대화할 수 있는데요?”

지금 배달이 있어 조금 후에 집에 가서 전화하겠습니다.”

 

동절기 혹한에 몇 분이면 꽁꽁 얼어버리는데

가게엔 알바생 1명을 두고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살고 있다.

제가 지금 고속도로라서 집에 빠른 시간에 갈 수 없으니

댁에 가셔서 보일러 확인 후 K보일러에 고장접수하세요?.“

이렇게 대화가 오고간 후 약 1시간이 지나서 전화가 왔다.

 

제가 어젯밤 잠잘 때 보일러를 예약하고 잤어요

4시간마다 보일러가 작동되게끔 해놓았어요.“

그러면 동파 된 거네요 이렇게 추운 날씨에 4시간

간격으로 보일러를 작동하게 했다면요

그러면 빨리 고장신고하세요?”

사무실에 전화하고 서둘러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해서 세입자 문을 두드리니 모자가 함께 계셨다.

보일러 작동 버튼 앞에서 모자가 난감해하고 있다.

모자의 대화를 들어보니 노모께서 보일러를 끄고

외출 후 몇 시간 만에 오셔서 보일러를 켜니 작동이 안 된 것이다.

아들은 노모에게 싫은 소리도 하지 않고 자꾸 어젯밤 보일러를

예약해서 사용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40대 중반의 아들은 건강이 좋지 않은 노모를 모시고 생활하는데

노모를 모시는 게 결격사유인지 아직 미혼이다.

노모는 무릎이 좋지 않아 외출 시 보행기에 의지해서 걷고 있다.

노모가 본인이 보일러 작동한 부분을 말씀하려하면

아들이 노모에게 말하지 못하게 막아선다.

이는 노모의 실수로 보일러가 동파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보일러 기사가 보일러를 확인하고 동파되어

보일러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모는 어쩔 줄 몰라하고 아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보일러 기사에게 속히 교체해달라고 말하니

또 다른 설치기사가 와서 작업한다고 말한다.

아들은 보일러 교체 내용을 듣고 급하게 가게로 갔다.

 

17시가 넘어서 보일러 교체작업이 시작되었다.

보일러와 호스를 분리하자 많은량의 물이 흘러

계단으로 내려가며 얼어버린다.

염화칼슘을 뿌리고 삽으로 긁고 빗자루로 쓸어 담아

행여 계단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치했다.

 

드디어 보일러가 교체되어 전원을 켜고 작동시키니

보일러 작동버튼에 에러라고 메시지가 뜬다.

좀 나이들어 보이는 설치기사는 책을 꺼내 설명서를 읽고

이곳저곳 부품을 만지는데 도데체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는다.

날은 춥고... 보일러 내부의 물탱크에 물도 받아두었는데

새 보일러까지 얼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다.

 

보일러 기사가 자신이 없는지 타 기사를 부른다.

혹한에 보일러 수리하는 곳이 많아 1시간 후에 올 수 있다고 한다.

주변 정리하고 있는데 젊은 기사가 도착했다.

전기 배선을 몇 개 만지더니 보일러가 작동한다.

보일러 설치하는데 무려 3시간이 소요되었다.

 

보일러 교체비용이 현금 결재로 63만원이다.

세입자와 계약시 보일러 관리부실로 인한 비용은

세입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있다.

노모와 열심히 생활하는 세입자에게

보일러 비용이 많은 부담을 줄게 뻔하다.

 

세입자에게 내가 교체비용 낼테니 다음부터 보일러를 끄지 말고

외출 시에는 외출위치로 전환해서 사용하라고 말하자

미안해서 어떻게 하냐고 여러 차례 말한다.”

노모의 실수로 보일러가 동파되어 교체하였지만

모자간에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이 나를 감동하게 한다.

 

63만원이란 돈이 지출되었지만 돈을 쓰고도 기분 좋은 날이다.

가슴 한켠 혹한의 날씨가 따뜻하게 느껴진 하루였다.

 

- 2018. 01.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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