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수원화성을 사랑하는 일본인...

덕 산 2018. 1. 7. 11:11










요즘 감기환자가 많다는 얘길 들었는데...
우리 집에도 이삼일 전부터 집사람과 아들 녀석이 감기에 걸렸다.


개근상 탈 정도로 열성인 헬스장도 못가고 끙끙 앓는다.
지난 금요일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지
병원에서 주사 맞고 약을 구입해서 복용하고 있다.
다행히 토요일엔 헬스장에 나가고...


감기에 양약과 쌍화탕을 데워서 같이 복용하면
더 많은 효과가 있어 가족 중 감기 걸리면
늘 양약과 쌍화탕을 같이 복용하는데...


쌍화탕이 몇 개 남아 있어서 약도 구입하고 산책을 겸해
남문의 재래시장을 가로지르는 광교천의
얼음을 카메라에 담고자 수원화성 성곽길을 택했다.


창룡문을 지나 연무대 방화수류정을 지나서 화홍문 뒤편으로 내려가자
방화수류정 물이 꽁꽁 얼어 있다.
얼음 위로 오리 세 마리가 애처롭게 걸어가고 있다.


고목의 버드나무 잔가지와 얼음을 카메라에 담고
화홍문을 거쳐 광교천을 걸으면서

사진 찍을 생각으로 광교천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화홍문 후면에서 백발의 노신사가 핸드폰으로
화홍문의 아치형 수문을 계속해서 누르고 있다.
연로하신 분께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구나 하며 지나치려는데...


노신사께서 미소 지으시며 먼저 나에게 다가서신다.
“나.... 일본 사람이예요.”
나는 갑자기 노신사가 묻지도 않은 말을 꺼내고
자신을 밝혀서 좀 당황스러웠으나
“수원화성에 관광 오셨군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른 일행분들은 어디에 계시고 혼자 여기에 계세요?” 라고 말하자.
“혼자왔어요”라고 말한다.


우리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잘 하셔서 “교포분이세요?”라고 말하자
“아닙니다. 수원화성에 세 번째 방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어떻게 세 번씩이나 오시게 됐냐고 질문하자
수원화성에서 건물과 성곽을 보면 가슴이 뭉클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수원화성이 좋아서 세 번째 방문하게 되었으며
우리말도 독학으로 배웠다고 한다.


금년 연세가 75세이며 일본에는 가족이 없고 혼자 생활하시는데
수원화성이 좋아서 수원에 집을 구해서
남은 여생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씀하신다.


“저는 약 10년 전에 구마모토성에 다녀왔으며,
성안의 은행나무들이 지금도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라고 말하자
“수원화성의 건축양식과 성곽 축조면에서 비교할 수가 없지요” 라고 말한다.
한국사람인 내가 일본인에게 뒷통수 맞은 격인데 기분은 왜 이렇게 좋은지...


11시경이지만 영하의 날씨...
“따뜻한 차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가까운 곳이 없네요” 라고 말하자
“연무대까지 가야 차를 마실 수 있는데 괜찮아요.
감사합니다“라고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으로 응대하신다.








짧은 대화 속에 진솔함이 느껴지고 한국 사람인 나보다도

우리문화에 관심을 갖고 계셔서 한편 부끄럽기도 했다.


화홍문은 수원시내를 남북으로 흐르는 광교천(光敎川)이
여름에 자주 범람하므로 정조대왕이

성곽을 신축하면서 만든 상류에 해당하는 북쪽 수문이다.


수문은 모두 7개의 석조아치로 만들어졌는데 
네 개의 돌기둥을 세워 물이 잘 빠지도록 하였다.
아치 위로는 다리돌을 놓아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하였으며
바깥쪽으로는 벽돌로 낮은 성벽을 쌓았다.


수문은 좌우로 성벽에 이어지도록 하였다.
문 주변에는 방화수류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수원성곽 주변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나다.


가끔 산책로로 이용하는 성곽길을 걸으며
정조대왕의 통치력과 정약용의 설계에 의한
수원화성 축조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이
한국의 세계적 자랑거리가 되고 있음에도
우리국민 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
오늘 날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 2018. 01. 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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