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시제 모시던 날

덕 산 2018. 4. 4. 11:03

 

 

 

 

 

 

 

 

 

매 년 4월 첫째 주 일요일이 시제 모시는 날이다.

토요일 TV 뉴스에 고속도로가 많이 정체된다고 한다.

일요일 4시에 일어나 아들 녀석과 서둘러 내려가는데

이른 시간이라 수월하게 도착해서 먼저 처가로 갔다.

 

반겨주시는 장모님과 처남 내외분께 인사드리고 식사 후 부모님 산소가 있는 고향마을로 갔다.

산소 주변을 돌아보니 작년에 억새와 외래종 청 풀에 제초제 원액을 뿌리에 바른 게 효과가 있었다.

억새는 군락을 이루지 못하고 이따금 남아 있고 청 풀은 군락을 이루던 곳은 전멸하고 몇 개가 듬성듬성 남아 있다.

 

소주와 음료를 상석에 올리고 절을 하며 아버지 어머니 저희 왔어요 부족하지만 흠향하세요

마음속으로 좋은 곳에서 우리를 지켜주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년 중 몇 차례 산소를 찿아 오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시제 올리는 집안 아저씨 댁으로 갔다. 8대에서 5대까지 선조(先祖)님 내외분께 올리는 시제로 두 차례 올린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데도 매 년 정성껏 제물을 준비해주시는 아저씨 내외분께 감사드린다.

 

 

 

 

 

 

 

시제를 올리는 것은 유교문화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관습이기도 하지만 나의 근본이자 뿌리인 조상에 대해

제를 올리는 것은 올바른 정체성 확립과 존재에 대한 감사한 마음에서 후손으로써 도리를 행하는 일이다.

 

시제에 참석하는 종인들의 연세가 대부분 60대 이상 이고 젊은 종인은 두세명이다.

매 년 참석하는 종인이 적어지는 것은 타계하는 종인과 건강 문제로 불참하는 종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종인들은 조상에 대해 관심이 적다. 앞으로 종사 처리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시제 올리고 집안 어르신들과 종사에 관한 대화를 하며 식사하는데 13시가 넘었다.

14시가 넘어 출발하면 주말이라 정체되어 힘들게 올라가야한다.

처가에 들러 인사하려고 도착하니 장모님께서 외출복으로 갈아입으시고 집 앞에서 우릴 기다리고 계셨다.

 

고향에 요즘 쮸꾸미 축제를 하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축제장에 다녀오셨냐고 질문하자 두 번 다녀오셨다고 말씀하셔서 그냥 집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매 년 축제장에 모시고 다녀와서 장모님은 우리가 축제장에  다녀간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축제장 전방 3Km 지점부터 차량이 서행하고 있다. 고속도로 정체된 것과 같다.

축제장 근거리에 500년 수령의 동백정이 있다. 요즘 동백꽃 개화가 절정이라 축제장과

동백정을 찿아 오는 관광객이 많다. 군에서 가로수로 식재한 동백나무가 꽃이 피어 장관이다.

축제장에 다녀 간 사람들은 이 풍경을 추억으로 오랫동안 간직하리라 생각한다.

 

 

 

 

 

 

공유수면을 매립하여 만든 축제장 부지는 엄청난 크기의 면적인데도 일부는 축제장으로 사용하고

잔여 부지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는데 사람이 많아서 이러저리 주차공간을 찿는 시간도 꽤 걸린다.

 

축제장 인근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처형이 축제장에서 장사를 한다. 동리 주민과 같이 하는데

축제기간 보름동안 매출이 무척 많다고 한다. 동리주민들만 영업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고 한다.

 

축제장엔 사람들로 가득하다. 상인들의 호객하는 소리와 야외무대에서 노래하는 소리로 곁에 있는

사람의 말도 못 알아들을 정도다. 처형네 식당에 손님이 만석이다. 메뉴는 샤브샤브와 쮸꾸미 볶음이다.

손님 대부분이 젊은층이다. 축제장을 안내하는 방송을 보고 먼 곳에서 찿아 와 사람들이 부쩍인다.

 

장모님과 처남을 처가에 모셔다 드리고 고속도로가 정체되어 밤늦은 시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제 올리고 나서, 91세 이신 장모님 모시고 축제장에 다녀와서 마음이 편하다.

장모님은 쮸꾸미를 잡수시고 싶은 게 아니라 우리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그러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축제장에서 장모님께서 쮸꾸미 구입하신다고 해서 여쭤보니 우릴 주시려고 사신다고 말씀하신다.

극구 반대해도 처형이 이미 스치로풀 상자에 담아왔다. 딸내미와 같이 먹으라고 말씀하신다.

아들 녀석이 용돈 드렸는데 쮸꾸미 사는데 모두 사용하신다. 장모님의 깊은 사랑에 감사하며...

이번 주말에 가족이 모여 쮸꾸미 잔치를 해야겠다.

 

- 2018. 04. 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