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사려 깊지 못하고...

덕 산 2017. 11. 13. 11:46

 

 

 

 

 

 

 

 

초등 친구 중 작년에 뇌경색으로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했던 친구가 있다.

다행스럽게 많이 호전되어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조금 일상생활에 불편할 정도로 퇴원하게 되었다.

부인의 적극적 간병이 재활하는데 커다란 힘이 되었다.

 

뇌경색으로 입원하기 전에 모친상을 당했는데 그 동안 개인 사정으로

모임에 몇 년 동안 참석하지 못하다가 친구들의 조문과 부의에 감사해서

모임에 나오겠다고 약속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원하게 되었다.

 

입원 후 그 친구의 근황을 친구들에게 전하고 초등모임 회칙 항목 중

중병으로 입원하는 친구에게 지원하는 내용이 있어 친구들 모두의 찬성으로

정회원은 아니지만 X알 친구의 회복에 도움이 되라고 위로금을 전달했다.

 

그 친구... 모친상 때 친구들에게 감사했었는데 또 다시 본인의 입원에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니 상태가 차츰 좋아지면서 총무를 맡고 있는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확하지 않은 어눌한 발음으로 전화하고 이후에는

내가 이따금 씩 전화해서 건강문제와 회복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병원에서 여러 달 입원하다 보니 시간도 있고 친구들도 생각이 나는지...

몇 차례 문자 메세지를 보내는데 한글 자음과 모음을 섞어서 3자 아니면 많게는

5~6자를 보내는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본인에게 물을 수도 없고 어느 친구에게 메시지 내용을 보여주며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냐고 말하자 친구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상한 문자를 여러 차례 보내다 퇴원하게 되었고 통원치료를 하며

본인의 건강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 동안 몇 차례 모임에 참석을 했다.

평소 말이 적은 친구라서 친구들과 대화가 별로 없지만 친구들은 친구가

뇌경색을 이겨냈다는 게 자신의 일처럼 반가워하며 따뜻하게 환대해 주었다.

 

1개월 전쯤...

알 수 없는 내용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도대체 알 수 없는 내용이라서 그 친구가 뇌경색 회복중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메시지 회신 내용으로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니 전화로 해라

이렇게 보냈더니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메시지 보낸 적 없다이렇게 말하고 있다. 순간 나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아니?

내가 지금 친구가 회복중인데 정상인으로 생각하고 친구에게

사려 깊지 못한 내용으로 메시지를 보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중 건강이 좋지 않은 친구들에게 이따금 전화하는데 그 친구가 

전화를 받고 감사함을 표현했는데 내가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친구는 그 일이 있고나서 약 2주 동안 나에게 전화하지 않고 있다.

 

엊그제 사당동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그 친구가 참석했다.

전과 같이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나를 가끔 씩 바라보고 있다.

나는 미소로 응대해주고...

 

행여 회복중인 친구가 실수를 했더라도 뇌 속에 잠재한 친구에게 소식을 전한 것인데

내가 너그럽게 받아드리지 못하고 친구가 다 회복된 정상인으로 대했던 게 실수였다.

회복기의 친구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는지 모임에서 자꾸 나를 바라보는 친구를 보면서

속히 나아서 어릴적 추억들을 끄집어내며 회포를 풀어보자하고 무언의 대화를 했다.

 

절기상 입동이 지나며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내려가고 있다.

어릴적 고향집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회복기간 중 무의식적으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낸 친구의 따스한 정에 감사한다.

친구야! 속히 건강 회복해서 그 동안 못 다한 얘기들 많이 나누자.

 

- 2017. 11.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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