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어느 화장터 화부의 이야기....

덕 산 2012. 7. 4. 16:51

    

      

 

 

 

 


 


     집에서 2브럭 쯤 떨어진 곳에 이발소가 있는데...

     내가 수원에 와서 지금까지 다니는 단골 이발소다.


     이십 여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 속에 때로는 이발사와

     때로는 손님들과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지만.....

     몇 일전 화장터에서 화부로 일하는 분의 말씀이 감명 깊어 올려보았습니다.


     망자의  시신이 다 수습되는 시간은 약 2시간이란다.

     이 2시간에 진행되는 망자의 가족 간 자식 간에는 여러 행태의

     진풍경이 벌어지는데...

     미사 드리는 가족, 예배드리는 가족, 불공드리는 가족등 다양한데,


     종교를 가지지 않은 가족들도 어떤 가족은 경건하게 망자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2시간을 기다리는가 하면

     어떤 가족은 형제간, 혹은 망자의 배우자와 자식 간, 망자의 형제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급기야 칼부림까지 하는 가족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만...

     과연 망자가 돈을 가지고 화장터까지 왔다면 얼마나 가지고 왔을까?

     500원 동전 두 잎을 운명직 후 가족이 입에 넣어주고

     저승 갈 때에 여비하라 준 1,000원이

     그 화부가 10여년 생활 중 제일 많은 돈이더란다.


     사람이 태어나서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아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생활하는 자가 몇 명이나 될까?

     가난에 찌들어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죽을지 살지 모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하지 않던가.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왜 그렇게 재물에 집착하는 것인지....


     화부가 자기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마지막으로

     시신을 수습 한 재는 납골당에 보관하기 위해

     옥으로 만든 것, 고급 도자기로 만든 것을 택하지 말고

     납골당에 보관하는 함은 보통 것으로 준비하고

     함속에는 망자가 평시 사용하던 유품을 넣고

     수습한 재는 평시 즐겨 입던 옷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망자가 원하는 장소까지 배우자나 가족의 온기를 느끼도록

     가슴에 안고 가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찰밥을 지어 식지 않도록 같이 가져가서

     수습한 재와 찰밥을 섞어서

     망자가 좋아하던 바위, 나무에 올려놓으면

     새들이 와서 먹고 가고.....

     남은 것은 흙 속으로 돌아가  흙이 될 것이니......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망자를 보내는 것이

     제일 좋은 길인 것 같다고 경험담을 듣고서

     왠지 찡하고,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 1998년 동심회 카페에 올린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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