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장 마

덕 산 2012. 7. 5. 22:05

 

 

 

 

 

 

 

가믐이 지속되다 장마가 들면 마른 논에 물을 가두어

그 동안 모내기를 못했던 천수답 논에 모내기를 했다.

가믐이 지속되면 기다리다 7월 중순경 되면 호미모를 심을텐데...

그저... 하느님께 감사 할 따름이다.

 

장마비도 적당량이 내려야지 천수답 해갈 될 만큼 내리면 되는데...

하늘에 구멍이 나서그런지...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지속해서 내리는게 장마비다.

 

어렵게 천수답 논에 모내기를 마치고 많은량의 비가 내리면

가믐에 메말라 있던 다랭이 논의 높은 논두렁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맥없이 아랫 논배미로 흘러내린다.

 

삽으로 흙을 퍼올리려해도 물 먹은 흙은 힘도 없이 흐물흐물 

마치 죽쒀 놓은 것 같다.

 

아버지는 이와 같은 일에 이골이 나셨다.

지게에 톱과 낫을 챙기고, 산에 가셔서 말뚝감으로 곧고 잘 생긴 소나무를 골라

여러 주 베어 말뚝을 깎아 뚝메로 무너진 다랭이 논두렁에 총총 박고서

소나무 가지로 말뚝을 지그작으로 엮고 그 안에 흙으로 채우신다.

말뚝 힘으로 한 번 무너진 논두렁은 이렇게 작업하면 몇 해는 견뎌낸다.

 

어머니께서 챙겨주시는 막걸리를 들고 아버지한테 가면

삼베옷이 땀에 젖어 등살이 다 보였다.

안주가 고작 고추장에 햇마늘이다.

 

이렇게 천수답 다랭이 농사 짓는 농가는 가믐이 와도 장마가 와도 걱정이 가득했다.

오늘 밤과 내일 사이에 150mm 정도 강수량이 예상된다는 일기 예보다.

지금 창밖에 빗소리가 요란하다.

 

몇 십년이 지난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아버지의 고단했던 삶이 떠오른다.

늦은 밤 또는 새벽 시간에 사물을 식별하기도 어려운 어둠속을 다니시며

아버지께선 아마 여러자식들 생각으로 그 힘든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셨으리라

 

몇 일 전까지 애타게 기다리던 비였는데...

이젠 근심이 되어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인다.

제발 피해없이 조용하게 지나가는 장마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농부의 자식이라 몇 십년이 지나도 농심을 헤아리게 된다.

 

- 2012. 7.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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