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빗속의 산행

덕 산 2018. 10. 29. 10:28

 

 

 

 

 

 

 

지난여름 폭염에 힘들게 보내서 에어컨을 구입하려고

이름 있는 전자회사 매장을 두 군데 찿았으나

내가 구입하고자 하는 평형의 상품은 없고 평형이 작은 제품들만 있었다.

비수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고 행여 이월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는데 실망이다.

 

한 매장에서 컴으로 재고를 조회하더니 다른 매장에 있는데

가격이 얼마이고 설치비는 무료이며, 실외기에서 에어컨 설치 장소까지

거리가 길면 동선의 가격이 추가된다고 말한다.

투인원 에어컨으로 구매하려고 생각했는데 한 개 가격도 만만치 않다.

 

딸내미와 에어컨 구입관련해서 대화하다 홈쇼핑에서 가격을 알아보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정보 활용을 쉽게하니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지난 주 금요일 쇼핑몰에 우리가 구입하고자 하는 에어컨이 올라왔다고

전화해주어 컴으로 확인하니 공급자 전화번호가 있다.

 

직접 구매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전화했더니

직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하며 입금 계좌도 본인명의 통장계좌를 알려준다.

계약금을 입금하고 토요일에 설치하기로 했다.

투인원에 벽걸이 에어컨을 추가해서 설치비용까지 300만원정도 비용이 들어간다.

폭염에 한 시간도 버티기 어려운데 예상외로 저렴하게 구입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토요일 설치기사 2명이 11시가 넘어 도착했다.

전에 사용하던 에어컨은 세입자가 사용한다고 해서

작업에 지장 없게끔 아침 일찍 서둘러 세입자에게 주었다.

벽을 뚫고 작업하는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긴... 에어컨이 3개나 되니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

 

오후 1시가 넘어서 점심이 늦어지는 시간이다.

설치기사에게 설치비는 주지만 내 집에 온 사람들인데 신경써진다.

집사람이 밖에 나가 저녁 무렵 온다고 했는데 난감하다.

미안하지만 라면으로 약식 식사대접하기로 하고 라면과

약간의 소면 계란을 넣고 나름 신경써서 끓였다.

 

 

 

 

 

 

 

커피타임...

설치기사들이 매우 고마워하며 고향이 어디세요?“ 라고 말하며

설치비도 3만원 깎아준다고 했다.

작은 친절에 크게 보답해준다.

 

4시간 정도 걸려 설치가 완료되었다.

시운전을 해보고 기사에게 대충 작동요령 등을 듣고

뒷마무리 하며 청소를 마치니 하루가 다 지나버렸다.

 

일요일 일기예보에 오전 오후 비가 온다고 했다.

7시경 옥상에 오르니 하늘 일부분은 햇살이 있고 광교산 쪽은 검은 구름이 있다.

비가 올 확률은 50%라고 판단하고 서둘러 작은 배낭에

, 커피, 카메라와 우산를 넣고 광교산으로 향한다.

20분쯤 걸었는데 갑자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고 굵은 비가 쏟아 진다

할 수 없이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왔다.

바지 아랫 부위와 등산화가 젖어버렸다.

 

10시경 햇살이 비친다.

옥상에 올라 하늘을 살피니 아까보다 좋아진 하늘...

서둘러 광교산으로 향했다.

수변도로 한 바퀴 돌고 올 생각으로 산에 오르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금년에는 일교차가 심한 날씨가 지속되어

참나무가 군락을 이룬 광교산에도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햇살이 비추면 사진의 배경이 돋보이는데 구름 낀 날씨라서

이따금 후레쉬를 사용하며 사진을 담고 있는데

굵은 소나기가 쏟아 진다 아직 반환점도 못 갔는데 걱정이 앞선다.

나무 아래 수변길이라서 비를 덜 맞지만 우산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지만 수변도로라서 그래도 뛸 수 있는 평탄한 길도 있다.

좁은 길... 우산 쓴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며 반환점

비 가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향해 마구 뛰었다.

 

 

 

 

 

 

반환점엔 시청에서 만들어 놓은 비와 햇살을 가리는 공간이 여러 개 있다.

미리 온 사람들로 부쩍인다.

가까운 커피판매점엔 비를 피한 사람들로 만원이다.

커피포트에 담아 온 커피를 마시며

은행나무와 벚나무 단풍위로 떨어지는 소나기를 바라보면서....

어제 설치한 에어컨 생각과 건강문제로 입.퇴원을 반복하는

사촌형과 매제의 건강이 속히 회복되시라고 기도하였다.

 

이런저런 생각하며 비를 피해있는지 1시간 정도가 지났다.

햇살이 비추고 출발해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다.

우산을 준비한 사람들은 빗줄기가 가늘어질 무렵 모두 출발했는데

우산이 없어 출발이 좀 늦었다.

500m 정도 걸으니 또 다시 비가 내린다.

이젠 비를 피할 공간이 없다.

이대로 집에 갈 수밖에 없다.

 

등산복 상의는 약간의 방수 기능이 있어 속옷까지 젖지 않는다

모자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진다.

등산화도 물에 흠뻑 젖어버렸다.

바지가 많이 젖었으나 걷는데 불편하진 않다.

연무동 재래시장을 지나며 비를 피할 공간에서 배낭 속 카메라가

비에 젖지 않았는지 확인하니 카메라 집에 넣어서 괜찮았다.

시장 상인들이 호기심인지 동정심인지 여러명이 바라본다.

난 기분 좋은데... 타인을 의식 할 필요는 없다.

 

연무시장에서 월드컵 경기장 방향으로 오르막길...

천둥 번개와 함께 우박이 쏟아진다.

콩알 크기만큼 굵은 우박이다.

모자의 치양 부분이 소리 날 정도로 많이 내린다.

아스팔트가 하얗다가 금새 빗물에 녹아버린다.

 

집에 도착하니 2시가 훌쩍 넘었다.

등산복과 가방은 세탁기로 돌리고 모자와 등산화는 손으로 솔질해서 빨았다

샤워하고 먹는 점심이 점심인지 저녁인지 가름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주말 에어컨 설치를 마치고 빗속의 산행을 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시간도 빨리 간다.

컴으로 사진을 확인하니 흐린 날이었지만

후레쉬를 사용해서인지 단풍든 풍경이 아름답다.

계획했던 일을 마무리하고 빗속의 산행을 한 지난 주말이

어쩌면 내 인생에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 같다.

 

- 2018. 10.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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