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평

정현 가장 닮고 싶었다는… '우상'을 넘어섰다

덕 산 2018. 1. 23. 12:24

 

 

 

 

 

 

 

 

석남준 기자

입력 : 2018.01.23 03:11 | 수정 : 2018.01.23 10:37

 

테니스 정현, 한국 첫 메이저 8

 

초록색 많이 보면 약시 낫는다는 의사 말 듣고 테니스 처음 시작

"조코비치 샷 따라하며 연습" 2년전 03 패배 완벽히 설욕

조코비치 "그는 마치 벽 같았다"

 

22일 호주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정현(22·세계 58)3시간 21분 동안 이어진 혈투 끝에

노바크 조코비치(31·세르비아·14)30으로 완파하자 관중들은 놀랐다. 그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새로운 스타의 인터뷰를 들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3세트에서 추격을 허용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라고 물었다.

정현은 "나는 조코비치보다 어리다. 2시간 더 경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응수했다. 패기와 재치 넘친 답변에

경기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아나운서는 "오늘 경기에서 놀라운 샷을 쏟아냈다. 코트 끝에서 엄청난 각의

앵글샷을 만들어낸 건 조코비치가 아닌 정현이었다"고도 했다. 정현은 "어렸을 때 조코비치의

그런 샷을 따라 해보려고 했다. 그는 나의 우상이었다"고 말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건네자, 정현은 한국어로 "팬 여러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안 끝났으니까 (남자단식 8강이 열리는) 수요일 좀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경기는 초반부터 정현이 주도권을 잡으며 흘러갔다.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 7월 이후

투어 활동을 중단하고 재활에 집중하다 이번 대회에 복귀한 조코비치는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리려는 듯 연신 얼굴을 찡그렸다

 

 

 

 

 

 

2세트가 끝난 뒤 정현은 손가락으로 코트 바닥을 가리켰다. 흔히 축구 선수들이 '여기는 내 구역이다'

의미로 하는 세리머니다. 3세트에 들어가면서 조코비치는 다급해졌고, 그의 코치이자 전 세계 1위였던

안드레 애거시(미국)의 얼굴도 굳어졌다. 정현은 무실(無失) 세트로 조코비치를 완파한 뒤 아버지와 어머니,

형이 앉아 있는 플레이어 박스 쪽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총상금이 5500만 호주달러(463억원)

호주오픈에서 정현은 단식 8강 진출로 44만 호주달러(38000만원)의 상금을 확보했다.

이번 대회 남자복식에서도 16강까지 올랐던 정현은 21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돼 이미 4억원이 넘는 상금을 거머쥐었다.

 

정현이 테니스를 시작한 건 좋지 않은 시력 때문이었다. 유치원 때 눈을 계속 찡그려 안과에 가보니

심각한 약시라는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색을 많이 보는 게 좋겠다고 권고했고,

실업 테니스 선수였던 아버지 정석진(52)씨는 녹색 테니스 코트에서 뛰놀게 하려고 아들에게 테니스 라켓을 쥐게 했다.

정현의 시력은 지금도 나쁘다. 고글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정현은 17세였던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하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복식에선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결국 호주오픈 8강 진출에 성공하며 이형택을 넘어 한국 테니스사를 새로 작성했다.

- 출 처 : 조선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