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진정으로 홀로 있는 법 / 법상스님

덕 산 2025. 1. 31. 06:45

 

 

 

 

 

진정으로 홀로 있는 법

 

사실 외로움이란 근원적인 문제다. 그 깊은 외로움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참된 자아와 만나는

통로가 연결되어 있으며, 그 홀로된 외로움을 통해서 전체와 하나가 되는 길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홀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한없이 충만한 것이다.

 

혼자 있을 때, 외로울 때, 비로소 내가 나의 친구가 되어줄수 있다.

나 홀로 고독의 한가운데 내버려져 있을 때 그때 비로소 내 안에 숨어 있던 참된 친구,

어진 벗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저 홀로 외로움을 맞이했을 때 외롭지 않다.

어쩌면 너무 외로워서 외롭지 않다. 누구나 그러한 외로운 때를 가져야 한다.

철저하게 고독해져야 한다.

 

자기와의 만남을 이루려거든 먼저 바깥의 관심이며 기대를 다 포기해야 한다.

바깥으로 치닫는 그 어떤 마음도 다 놓아버리고 철저한 고독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나 홀로 그 고독 앞에 우뚝 설 수 있어야 한다.

이 길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고, 그 누구도 함께 갈 수 없는 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하는 길이다.

 

이 몸뚱이만 그저 덩그러니 혼자 있다고 해서 다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혼자 있으려면 번거로운 소유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잔뜩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많으면 호젓하게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소유물로부터 소유를 당하며 소유물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휘둘리고 있는 소유란 물질적인 것들은 물론이고, 명예, 권력, 지위, 배경, 학벌 등등의

것들까지 포함된다. 참으로 혼자 있는 법을 배우면 이런 것들이 있건 없건, 높건 낮건 우린

자유로울 수 있다.

 

유형무형의 소유물과 온갖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하더라도 아직 온전한 홀로 있음을

실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홀로 있음의 가장 중요한 실천 요소가 남았다.

그것은 바로 정신의 홀로 있음이다.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지듯, 정신 또한 온갖 번뇌며

수많은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머리속이 맑게 비워져 있을 때 우린 몸도 마음도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자주 가지고, 채움으로 삶의 목적을 삼아 왔던 우리의 삶의 방식을 조금씩

비우고, 놓아감으로 바꿔 갈 수 있다.

 

어차피 우린 잠시 홀로 이 지구에 여행을 온 것이고, 여행을 마치고 되돌아갈 때,

또 다른 삶의 여행을 떠날 때 또다시 우린 혼자 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때 그동안 쌓아 놓아던 인연이며, 소유물들을 한꺼번에 버리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미리미리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버리는 연습을 해나갈 수 있다.

 

혼자 있는 법을 배워야 우린 당당할 수 있고, 내 안에서 충만하게 우러나오는 행복감을 맛볼수 있다.

주변 상황이나 조건의 좋고 나쁨이나, 물질의 많고 적음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나 혼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겨우내 홀로 추위를 맞이했던 이 나무들은 잘 안다.

누구나 한번쯤은 홀로 존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러고 나면 또 다시 함께 존재하는 풍성한 시간 또한 오게 된다는 것을.......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