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투사 같아야...
세상 사람들 마음을 보면서,
시도 때도 없이 변화하는 마음들을 보면서,
우리 마음이 얼마나 나약한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좋고 나쁘고를 계속 반복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마음도 좋았다 나빴다,
수행 잘 되었다, 안 되었다,
수행하고 싶었다가 하기 싫었다가,
행복했다가 괴로웠다가
그렇게 변화하는 것입니다.
본래 '나'는 결코 변하지 않는
금강과도 같습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외부의 세계, 경계들로 인해
우리 마음이 휘둘리기 때문에
그에 따라 우리 마음도 변화하는 것입니다.
휘둘리지 않으면
우리 마음속에 좋고 싫고가 없어집니다.
그러니 수행하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행 잘되고 안되고는 본래 없습니다.
한마음 내면 그대로 수행입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이 외부로 자꾸 끄달리고
휘둘리기 때문에
수행 잘되고 안되고가 생기는 것입니다.
수행이란
경계에 휘둘리는 이 마음을
잘 다스려
휘둘리지 않는 여여함을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수행하면서
마음이 휘둘리면 그 놈과 결전을 벌여야 할 일입니다.
적당히 아상과 타협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벌써 휘둘린 것입니다.
수행과는 저만치 멀어지는 것입니다.
수행자는 모름지기 분발심을 내야 합니다.
'내가 왜 이런거 한다고 해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이거 왜 하는거지?'
'절 한다고 뭐가 달라져?'
하고 의심이 나는 것이 바로 마장입니다.
내 안에서부터 일어나는 경계입니다.
안팎으로 다가오는 온갖 경계를
이겨내기 위해
수행자는 크게 분발심을 내어 정진해야 합니다.
정말 하기 싫고
죽겠고, 죽겠을 때
그 한 턱을 넘어서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렇게 넘어서는 것이 아상을 녹이는 일입니다.
백척간두진일보 하라는 말은
딱 죽겠다 싶을 때까지 하고는 죽기전에 그만두라는 말이 아닙니다.
딱 죽겠다 싶을 때까지 정진하고
그야말로 죽겠다 싶을 때
그냥 죽어버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치열하게
아상과, 업장과 싸워이겨야
모름지기 수행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우니 수행이다'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그야말로 죽겠을 만큼, 죽을만큼 힘든것도 이겨내야
그래야 수행한다고 하지
적당히 타협하는 일은 아상만 키우는 꼴이 될 뿐입니다.
법우님...
수행이 재미있으면 안 됩니다.
수행 잘 될 때를 마땅히 경계할 노릇입니다.
수행 잘 된다는 말은 없습니다.
앞뒤가 꽉 막힐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미칠 것 같고,
해답이 보이지도 않고,
그러는 속에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가는 것입니다.
3000배를 할 때
500배 정도까지 참 재미있을 때는
수행이 덜 됩니다.
그러나 1000배, 2000배 넘어서서
정말 하기 싫은 마음 녹여가면서
정말 도망치고 싶은 육신을 다독여가면서 해야
그 때부터 온전한 수행이 되는 것입니다.
수행은
아상과의 싸움입니다.
수행자는
전쟁터의 투사와도 같아야 합니다.
아상과 싸울 때는 한발자국도 물러서서는 안됩니다.
전쟁터에서 한발자욱 물러섬은
그대로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수행하고 싶을 때는 하다가도,
내 마음 하기 싫다고 안 하고,
내 마음 복잡하다고 미뤄 놓고,
오늘은 하루종일 너무 바쁘고 노곤하다고 건너뛰고,
이렇게 일찍 일어나면 낮에 피곤할텐데 하는 그 마음 때문에
아침에 하고자 낸 마음 저녁으로 휙 바꿔놓고,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다고,
너무 늦게 집에 돌아왔다고,
오늘은 기분이 너무 찜찜하다고 안 해 버리면
언제
어느 때를 만나 수행하겠습니까.
좋은 때,
수행하기 참 좋을 때 수행하려고
미루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없습니다.
그것은 수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말 어려울 때,
참 수행하기 싫을 때,
그 때 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마음이 평온하고,
복잡한 일들도 어느정도 정리되고,
경제적인 여유도 있고,
자식 대학가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나서 안정되면...
나이들어 한가로울 때,
돈 많이 벌어놓고 안정될 때,
그 때...
그 때가서 수행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은
정말 수행이 무엇인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는 사람입니다.
수행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가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좋을 때를 찾아 수행하고자 해선 안됩니다.
바로 지금!!
좋고 싫고를 놓아버리고
그냥 그냥 정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법상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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