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인간관계
부부 사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이 부부 사이의 관계,
그 기초 위에서
자식과의 관계가 성립되고,
이어서
형제, 상하의 관계가 성립된다.
그러므로
기초가 올바르다면
나머지 인간관계는
잘못될 것이 없다.
[아함경]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관계의 기본.
가장 가까운 사람과
바른 관계를 가지지 못한다면
먼 사람과의 관계도 바를 수 없습니다.
만약 가까운 사람과는
바르지 못한 관계를 가지면서
먼 사람과만
좋은 관계를 가진다면
그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닐는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부모며, 부부, 형제, 친구들이
나를 존경하고 깊이 사랑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사회적인 모든 관계들 또한
맑고 향기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바로 나의 거울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여실한 모습을 볼 수 있지요.
먼 사람일수록
나의 피상적인 모습 내지는
가려진 모습만을 보기 쉬워요.
그러니 가까운 사람과는 좋지 않은 관계를 가지면서
먼 사람과는 친하고 좋은 관계를 가진다면
그만큼 속과 겉모습에
투명하지 못하다는 반증이 될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의 거울이며,
바로 내 모습의 나툼인 것입니다.
내 업식만큼만,
내 그릇의 크기 만큼만
경계는 나투기 때문입니다.
왜 아버지를 정말 미워하던 딸이
아버지 같은 사람 정말 싫으니
남편감은 죽어도 아버지 같은 사람 싫다고 하다가도
딱 결혼해 보면 아버지 닮은 사람과 살게 된다는 게
왜 그러겠어요?
우리 습이 그렇게 무섭고,
우리 안의 업식이 그렇게 무서워요.
내 안에 그런 업식이 있으니까
그걸 닦아야 하니까
자꾸 그런 사람 만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남편 싫다고, 부인 싫다고 이혼해 봐야
그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 다 비슷하게 힘겹고,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한단 말입니다.
그건 그 사람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보살님도
남편 등살에 못 이겨 이혼하시고
이 사람과만 살지 않고 혼자 살면
돈도 넉넉히 벌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 이후에 만나는 사람이
이상하게도 죄다 좋지 않은 사람들이거나
보살님을 괴롭게 만드는 인연들만 자꾸 만나는 겁니다.
재혼을 하고 났는데
그 남자가 바람을 펴서 또 헤어지고,
오랜시간 후에 또 다른 사람 만났는데
사랑을 빌미로 이 보살님 돈이나 띁어가는 사기꾼이었고,
외로운 차에 혼자 사는 고아를 딸같이 키웠는데
편지 한 장 미안하다고 남겨 놓고 그간 모은 돈 다 들고 도망가 버렸고,
어느정도 돈을 모아 일을 시작하다가도
꼭 일 때문에 사람들하고 싸울 날이 끊이지 않는겁니다.
이렇게 괴롭다 보니 신세한탄만 늘어가고
사람들이 이렇게 무섭다고, 이렇게 못 미덥다고 괴로워하시고,
이럴거면 차라리 좀 괴롭더라도
그 때 이혼 안 하고 좀 견디면서 그 남편과 살껄 하고 계신단 말입니다.
왜 그렇겠어요?
이혼이 능사가 아니거든요.
그게 다 내 업식이니 그걸 닦아내지 않으면
앞으로 내가 만날 사람들이 다 그만그만한 사람들만 만납니다.
다 내 업대로 경계를 만난단 말입니다.
그것도 어찌 생각해 보면 법계의 배려입니다.
법계에서 우리들 업식 닦으라고
자꾸 그런 사람들만 툭툭 던져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마음공부 안 하면서
내 신세 한탄만 하고,
상대방만을 탓한다면
이건 세상살이를, 인생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겁니다.
그 분 오랫동안 보아오면서
이래서 정말이지
마음공부 해야겠구나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여실하고 생생한 내 업식의 비춤인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사람과의 관계를
맑고 향기롭게 가꾸어 가는 것이야말로
생활수행, 업장소멸의 가장 중요한 공부꺼리가 되는 것입니다.
내 가족과의
내 아내며 남편과의
내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향기로운 향내가 피어오르지 못한다면
아무리 성공하고 돈 많이 번들
또 아무리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결혼하신 스님들이나 법사님들이 그러세요.
가장 무서운 사람이 아내라고 말입니다.
많은 신도님들께 존경받는 것보다
아내에게 존경받는 것이 더 값지고 소중하다고 말입니다.
- 법상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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