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단비 오는 날의 상념(想念)

덕 산 2020. 5. 9. 14:27










단비 오는 날의 상념(想念)

 

어제 일기예보에 저녁 무렵부터 비가 내린다고했다.

하늘이 쾌청하고 무더운 날씨다.

초여름 기온이라 여름옷을 꺼내 입고

성곽 길을 따라 걸었다.

 

느티나무가 어느새 푸른 잎으로 제 몸을 감싸고 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

며 칠 전까지 온갖 꽃들이 자태를 뽐내더니

이제는 초록의 싱그러움 속에 햇살이 뜨겁게 다가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가끔은 무료해서

이따금 산책도 하고 카메라로 계절의 흐름을 담아 오기도 한다.

이렇게 나들이 후 담아오는 사진이 130카트 정도...

그 중 만족할만한 사진은 몇 개 정도다.

 

어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밤새 내리고

옥상 농사에 사용할 빗물을 받아두기 위해

옥상 곳곳에 빈 통들을 놓아두었는데 제법 량이 많다

2~30mm 정도 내린 것 같다.







 

어릴 적 이맘때 비가 내리면 모를 심기위해

논에다 물을 가두어 두어 모내기할 때 사용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오월에 내리는 비를 단비라고 불렀다.

 

요즘 고속도로 주행하다 보면 모내기가 한참이다.

5월초부터 트랙터로 논을 갈고 써래질 하고

이앙기로 모내기를 해서 들녘에 사람이 별로 없다.

예전... 모내기는 6월 초순에서 하지 무렵까지 했었다.

 

농사일도 많이 변해서

모내기철에 써래질 하는 소는 찿아 볼 수 없고

못줄로 모심는 모습이나 모를 모판에서 찌는 모습도 볼 수 없다.

 

모내기 철이되면 아버지는 새벽부터 모판에 가서 모을 뽑고

지게에 져 나르고 논에 다 모를 뿌려놓으면

양쪽 끝에서 못줄을 옮기며 줄이야 라고 외치며 모내기를 하였다.

 

논두렁엔 어머니가 머리에 이고 오신 새참과 막걸리가 있었고

막걸리 한사발로 목을 축인 동네 어르신의 노랫소리와

웃음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온 종일 모내기 작업에 허리가 아프다고 말하면

어른들이 애가 무슨 허리가 아프냐?”하고

웃으면서 말씀하시곤 했다.

 

농번기에는 해가 저물어야 하루 일이 마무리되는 시간이다.

집으로 오는 길...

길섶엔 하얀 찔레꽃이 피어있고

아카시아 꽃이 구름처럼 피어있다.


꽃 향을 맡으며 걷는 길가에 물앵두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오늘 많은 량은 아니지만 보슬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있다.

옥상에 다육이와 와송, 장생초가 있고 상추와 대파가 있다.

 

작물들은 수돗물을 주는 것 보다

비를 맞으면 건강하게 잘 자란다.

가뭄이 지속되더니 오랫만에 단비가 내려

어릴적 추억이 떠올라 상념에 젖게 하는 날이다.

 

- 2020. 05. 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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