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멋진 인생

덕 산 2020. 4. 22. 10:48









작년 여름...

동네 어느 주택에 분재와 다육이 바위솔이 가득해서

관심있게 구경하고있는데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건물주께서

자세하게 이것저것 어디서 구입한 것이며

키운지 몇 년 정도 되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조용한 성품에 인상이 좋으신 분이다.

통성명을 해서 장사장님 존함을 알게 되었다.


내가 키우는 연화바위솔은 홑잎인데

사장님댁 연화바위솔은 겹잎이어 보기 좋았다. 

관심을 보이자 한 개를 봉지에 담아주셨다.

정이 많으신분이다.


작년 년말에 채취한 와송 씨앗을 관심이 많으신 사장님께

금년 3월에 드렸는데 발아가 되지 않았다고 전화를 주셨다.

"청와송이 있으면 좀 가져달라는 말씀을하셨다."


내가 키우는 와송이 5개종이 있는데

사장님댁에 지리산좀바위솔이 있어

그 외 와송 4종을 가지고 사장님댁으로 갔다.


커피마시면서 이런저런 대화 나누며 

서로에 대해 깊이 있게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금년 75세이시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씀을하셨다.








사장님은 보여줄께 있다고 말씀하시며 아래층으로 안내하셨다.

나는 우리집 처럼 세입자가 거주하는 공간인줄 알았는데...

들어서자 가족분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꾸며져있었다.


인테리어 소품과 벽지가 잘 어울린다.

전문가가 설계한 느낌이다.

따님들이 소품을 구입해서 꾸몄다고 말씀하신다.

따님들이 음악도 좋아하지만 그림에도 조애가 깊다는 말씀을하셨다.


문에다 그린 손주들 그림이 할아버지와 기타를 그렸는데

사장님 모습을 많이 닮았다.

손주들 그림 그리는 실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안내하시는 첫째 공간은 수석과 백자(항아리)가

잘 정리되어 있는 곳이다.

수석은 크기대로 칸칸이 놓여있고 맨 위에는

백자 여러개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다음 공간은 대형 나무테이블과 통나무 의자

뿌리 괴목 여러개가 가득하다.

뿌리괴목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혼신을 다해 다듬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뿌리괴목을 만들 때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힘들게 작업해서 노고를 알고 있다.








나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탄사만 나오고...

결혼 후 수석을 좋아해서 수 년간 수석 모으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뿌리괴목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은? 다육이와 와송, 바위솔에 빠져있지 않은가?

이렇케 취미가 같을 수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다음은 운동기구가 있는 공간이 있었으며,

또 다른 방으로 안내하시는데

한쪽 벽면에 가구가 놓여있고 기타와 악보가 있는 받침대와

작은 원탁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사장님은 이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와

그 동안 수집하신 물건들에 대해 설명해주신다.


경제적인 여력과 가족들도 공감하고 함께하는 공간을

만드신 사장님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었다.

말씀하시는 과정에 자신을 드러내는 과장된

표현은 전혀 사용하지 않으시고 모든 말씀에 진솔함이 가득하셨다.








사장님은 기타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셨다.

작곡가이자 가수인 김종환씨의 노래를 부르시는데

높은 키인데도 무리함없이 노래도 잘 부르셔서 더욱 놀라웠다.

기타 연주 또한 훌륭하셨다.

평상시 음악에 관심이 있어 왠만한 곡들을 기억하는데

부르시는 노래중에 들어보지 않은 곡도 있었다.


몇 곡 부르시는데 모두 김종환씨 곡을 선곡하셔서

"김종환씨 곡이 모두 어려운 노래들인데요" 라고 말하자

기타를 배울 때 김종환씨 곡으로 배운게 많아서 그렇다는 말씀을 하셨다.

A4 용지의 악보는 대부분 포크송들이다.


나에게 몇 곡 노래를 불러주셨는데 듣고만 있기가 미안해서

악보 중 장현이 부른 "나는 너를" 이 있어

젊은 날 군복무 시절 많이 부르던 노래라 한 번 불러보겠다고 하자

반주가 시작되고... 오랫만에 보사노바 멜로디인 노래를

장사장님과 같이 불러보았다.


나는 살며... 일상 중 특별히 바쁜 일도 없는데...

노래 부르는 여유도 없이 생활하고 지낸다.

장사장님 말씀과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을 본 뒤에

훌륭하게 꾸며진 공간이 부러웠다.  


두 서너 시간...

장사장님과 함께한 시간이 오랫만에 죽마고우와

해후한 것과 같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멋진 인생을 꾸려가시는 사장님의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시길 마음 속으로 기원해본다.


집에 오는 길...

장사장님께서 나눔해 주신 바위솔과 화월염자

그리고 이름 모르는 다육을 가져오며 

기분이 좋아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 2020. 4.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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