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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매화 / 하종오

덕 산 2025. 4. 16. 06:19

 

 

 

 

 

풍매화 / 하종오

떠돈들 어떠리 떨어진들 어떠리

언제든지 떨어지면 움 돋겠지

진달래가 골백 송이 흐득흐득 울어도

풍매화는 바람 따라 날아다닌다

골짝에 죽어 있는 메아리를 살려내고

벌목꾼이 버리고 간 도끼소리 찾아내고

땅꾼이 잃어버린 휘파람도 찾아내어

그 덧없는 소리들 데불고 무얼 하는지

풍매화는 이곳저곳 기웃거린다

혼자서 싹틀 힘도 없으면서

어디든지 뿌리내리면 숲이 이뤄지겠지

풍매화는 득의양양 산맥을 날아다니지만

대포알 묻힌 땅 버릴 수 없고

녹슨 철조망 무심히 바라볼 수만 없어

머뭇거리니 마침내 바람도 잠잠해진다

이제는 묻혀야지, 몸 바쳐야 할 자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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