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매화 / 하종오
떠돈들 어떠리 떨어진들 어떠리
언제든지 떨어지면 움 돋겠지
진달래가 골백 송이 흐득흐득 울어도
풍매화는 바람 따라 날아다닌다
골짝에 죽어 있는 메아리를 살려내고
벌목꾼이 버리고 간 도끼소리 찾아내고
땅꾼이 잃어버린 휘파람도 찾아내어
그 덧없는 소리들 데불고 무얼 하는지
풍매화는 이곳저곳 기웃거린다
혼자서 싹틀 힘도 없으면서
어디든지 뿌리내리면 숲이 이뤄지겠지
풍매화는 득의양양 산맥을 날아다니지만
대포알 묻힌 땅 버릴 수 없고
녹슨 철조망 무심히 바라볼 수만 없어
머뭇거리니 마침내 바람도 잠잠해진다
이제는 묻혀야지, 몸 바쳐야 할 자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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