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우豪雨 / 淸草배창호
금방이라도 하늘 낯빛이 심상찮다
잿빛이 사방으로 시야를 가려
풍전등화를 앞세운 두 눈 부라리는
사천왕의 위용처럼
칠흑의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한 치 앞의 일촉즉발이라
예전에 질박했던 도량들이
만상萬象이 서로 엉킴으로
시금석의 주춧돌 이루었는데
욕망의 덫으로 내 알 바 아니라는 심보로
극단으로 치닫는 윷놀이 판의
도가 아니면 모라는 오기의 마음 같아서
사전에 선전포고 없이 무작정 아옹다옹하는
이 시대의 두 얼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열대야에 쇠 등에 내리던 소나기는
익살스러운 정겨움인데
이내 들녘을 삼키고
산허리를 베어먹는 저 심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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