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다랭이 논 모심기

덕 산 2012. 6. 30. 11:31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가 어제 밤 부터 내리기 시작한다,

처음 시작은 안타까울 정도로 가느다란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다가

잠결에 빗방울 소리가 좀 요란스럽게 들리더니 아침시간까지 이어진다.

방송에선 83mm가 내렸다는 예보인데.....

이렇게 극심한 가믐엔 더 내려야 천수답 논에 모를 심을 수 있다.

 

몇 십년 전 일이지만 마치 어제 일 같이 느껴진다.

하지가 지나고 단비가 내리는 날

반가움에 잠시... 어릴적 추억이 그려진다.

 

하지무렵이면 보리가 누렇게 익고 가가호호 보리베고 탈곡을 한다.

금년과 같이 가믐이 지속되면 보리를 건조까지 해서

곡간에 넣어두는 일까지 마무리하게 된다.

 

천수답 논은 대부분 보리를 심어 수확하고 모를 심기위해 비가 오기를 학수고대하는데...

장마가 시작되어 산골짜기 물이 내리면 다랭이 논에 물을 가두고 논을 갈고

행여 물이 샐까봐서 논두렁을 흙과 물로 반죽해서 가랑(물을 가두는 역활을 함)을 만들고

쇠스랑으로 흙을 평탄하게 해서 모 심을 준비를 한다.

 

땅강아지가 물에 둥둥 떠 헤메고 두꺼비는 징그러운 소리로 울어댄다.

못자리에 모를 뽑아 모내기를 해야하는데...

모심는 시기가 좀 늦다보니 뿌리가 길어 져 모를 뽑는게 무척어려운 일이다.

부모님 일손을 돕는 일이 이렇게 모두 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 뿐이다.

 

말 그대로 손바닥만한 크기의 논...

못줄대고 가로세로 간격을 맞춰서 심을 처지도 못된다.

각자의 판단으로 적당하게 심어야 하는데...

천수답이다 보니 그 동안 메말랐던 흙덩어리가 아직도 단단해서

모심는 손가락을 아프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삐뚤빼뚤 모심은 간격도 엉터리다.

 

일찍심은 논은 벌써 파랗게 새싹까지 올라와

논에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벼가 자라고 있다.

이제 심는 모가 언제 자라서 저렇게 자랄까?

벼이삭은 제대로 페여 벼를 수확할 수 있을까? 하고

어린 마음에도 근심거리가 되었다.

 

천수답 논다랭이에서 아래 쪽 남의 집 논을 바라보면서

우리집은 하늘만 바라보면서 하는 농사를

언제 벗어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곤 했다.

 

천수답 모내기도 장마가 시작되어 충분한 량의 비가 내려야 가능한 일이고

강수량이 적은 해엔 가랑만 간신히 마치고 손으로 심을 자리에 말뚝으로 

자리를 만들고 모를 넣고 손으로 흙을 덮어 한포기 씩 심는 일도있었다.

 

이 일도 다행이다.

아예 비가 7월 중순경까지 내리지 않으면

흙을 평탄하게 고르고 호미로 모를 한포기 씩 심었다.

주전자로 물을 한모금 씩 주면서......

 

호미모는 뙤약 볕에 육체적으로 무척 힘든 일이었으며 또한

작업의 진도가 무척 더디기 때문에

일손이 적은 집은 그래도 비가 오기를 기다리다

시기가 늦어지면 겨울철 양식거리로 메밀을 심었다.

어떤 작물이든 심어 땅을 놀리지 않으려는 농심이다.

 

지금 비가 내려 아직 모내기를 마치지 못한 논에 모내기를 한다면

수확에는 별 관계없이 풍년 농사가 되리라 믿어진다.

지금 창 밖에 빗 방울 소리가 꾸준히 들린다.

아마 해갈되려면 100mm 이상 내려야 되지 않나 생각된다.

 

오늘 토요일... 오전 수업 마치고 집에 가면...

비료포대 우비를 입고 어머니 아버지 일손을 돕고있겠지...

새참으로 어머니가 가져오신 사카린 넣고 삶아 온

자주색 하지 감자가 무척 먹고 싶은 날이다.     

 

제발 많은 비가 내려...

애타는 농심을 헤아려주소서...

 

 

2012. 6. 마지막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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