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장마 / 마광수
장마 가운데 내리고 싶다
내 가슴속 엉긴 핏덩이
좔좔좔 좔좔좔 씻어 내리고 싶다.
무엇이 두려우냐 무엇이 서러우냐
뒤섞여 흘러가는 저 물속에
네 고독이 오히려 자유롭지 않으냐
아아, 못생긴 이 희망, 못생긴 이 절망
밤새워 뒤척이는 숨 가쁜 꿈, 꿈들,
빗줄기 속으로 씻겨져 내렸으면!
긴긴밤 보채대는 끈끈한 이 사랑,
제미처 죽지 못해 미적이는 이 목숨,
우우우 우우우 부서져 흘렀으면!
장마 가운데 내리고 싶다.
내 껍질 모두 다 훨훨훨 빨가벗겨
빗줄기에 알몸으로 녹아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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