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오월 / 김희경
지금부터는
심장만 살게 하자
입은 침묵하고
귀는 씻어두고
눈은 그윽만 하자
청춘일 땐
푸릇한 줄 모르고
푸석한 고뇌에 잠겨
이 계절을 놓쳤지만
다시 돌아보며 만나는 지금
이 오월의 심장은
벅찬 신록의 시간
푸른 물빛의 시간
은근 뭉근 말랑해지는 시간이게 하자
지금부터는
심장만 살게 하자
심장 속 쌓아둔 미움, 원망에는
초록 지우개
심장 속 채워지는 사랑, 행복에는
초록빛 연필
심장 속 이루지 못했던 꿈자리에는
모락모락 피워내는 초록 땀 열정
다시 오월
지금부터는
장미의 향기 하늘이 담아서
붉은 노을과 함께 춤출 때
충만을 노래하는 심장만
그 심장만 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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