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몰지각한 사람으로...

덕 산 2020. 9. 12. 16:07

 

 

 

 

 

몰지각한 사람으로...

 

장마도 지나고 태풍도 세 차례나 지나갔는데

연일 비가 내리고 있다.

 

사회면에서 사설까지 신문을 모두 읽고 나서

어제 저녁 무렵 동네 장사장님께서 주신

홍솔바위솔과 연화바위솔 심은 것을 확인하러 옥상에 올라 가

열무와 조선 파가 잘 자라는지 두루 살피던 중...

 

무심코 대문 쪽을 바라보니...

누가 버리고 갔는지 분리수거 하지 않은 쓰레기가 보인다.

집 맞은편에 빌라와 주택 2채가 있는데

빌라와 주택의 경계지에 페인트가 벗겨진 판자와

우리 집 대문 앞에 버린 쓰레기와 비슷한

쓰레기들이 제법 많이 버려져 있다.

 

빌라에 거주하는 분들은 분리수거를 대체로 잘하는 편이고

주택에 사시는 분들은 20년 동안 자기들 집 앞에

쓰레기 봉투가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야밤에 빌라와 우리 집 대문 앞에 몰래 버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왠 일로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다 버렸을까?” 하고

우리 집 대문 앞에 버린 쓰레기를 서둘러

맞은편 집 쓰레기 더미에 갔다버렸다.

그 동안 맞은편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 집 앞에 쓰레기를 모아놓지 않았으며,

우리 집 대문 앞에 버린 쓰레기가

앞 집 쓰레기와 같은 종류의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버리고 마당으로 몇 걸음 들어서자마자

어느 아주머니가 고성으로 “누가 여기 다 쓰레기 갔다버렸는지

자기 집 앞에 버릴 것이지?“ 라고 말한다.

나는 행여 아주머니가 내가 쓰레기 버릴 때 목격했을까? 하고

죄인처럼 계단입구에 서서 몇 분 동안 지켜보았다.

지금 나가면 쓰레기를 모두 불법투기한 사람으로 인정할테니... 나설 수도 없고...

 

쓰레기가 버려진 곳은 빌라와 주택의 경계인 담 전면이라

빌라에 거주하는 아주머니가 무관심해도 되는데

규격봉투를 가져다 모두 정리하고 있다.

아마 주택에서 버렸으리라 추정되는 쓰레기다.

 

만약에 그 아주머니가 내가 버리는 것을 목격했다면

바로 나에게 항의했으리라

죄 짖고 어떻게 마음조이며 생활할 수 있을까?

쓰레기 양이 많다보니 빌라 입구나 우리 집 대문 앞에

버리지 못했으리라 예상된다.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규격봉투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반봉투에 담아 야간에 버리거나

남의 집 앞에 불법 투기하는 것이다.

봉투를 판매한 기금으로 시의 예산이 확보되어

쓰레기 처리하는 비용으로 사용하는데...

구격봉투 구입하는 돈이 아까워 구입하지 않는다.

술값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앞집 주택에서 버린 쓰레기가 우리 집 대문 앞에

버린 쓰레기와 같은 종류여서 기분 나빠서

다시 앞집 쓰레기 더미에 갔다 버렸으나,

마음 한켠에 나 자신 몰지각한 사람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

 

울적한 기분을 전환하려고 카메라 들고 성곽 길로 향했다.

코로나와 함께한 시간들이 어느새 초가을이다.

노란 은행,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나무 열매와 꽃사과...

성곽주변에 억새꽃이 피어나고 있다.

 

봉수대 주변에 다다르자 다시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맞으며 걸어도 시원함이 없다.

집사람이 병원에 입원중이라 그런지...

아니면 오전에 쓰레기 때문인지...

왠일인지 마음이 편치 않은 날이다.

 

- 2020. 09.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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