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벌초하던 날

덕 산 2020. 9. 22. 14:27

 

 

 

 

 

벌초하던 날

 

지난주에 벌초하러갈 계획이었는데

집사람이 수술하고 입원중이어서 퇴원하면 같이 다녀오기로 했다.

어제 부모님 산소 벌초하러 고향 가는 길...

 

긴 장마와 태풍이 몰고 온 폭우는 어디로 갔는지?

가을이 깊어지며 하늘은 높고 청명한 멋진 풍경이다.

고속도로에서 바라보는 들녘은 노란 황금물결로 변해가고 있다.

 

일요일이라 고속도로가 정체될 것 같아 안녕IC에서 공주방향으로 향했다.

평상시에는 서평택으로 진입하여 서해안 고속도로로 주행하는데

풍세IC에서 공주 ~ 논산 고속도로로 진입하였다.

 

주말인데도 코로나 때문인지 고속도로가 막힘없이 수월하게 주행한다.

정안IC에서 휴식을 취하며 마시는 커피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한층 맛을 더해준다.

서공주 ~ 부여IC로 나오자 지방도로가 고속도로와 같이 뚫려있다.

 

 

 

 

 

7월에 벌초를 했는데 긴 장마와 폭우로

강수량이 많아 산소에 풀이 많이 자라있다.

꽃을 좋아하시던 부모님 산소 옆에 억새꽃과 달개비 꽃이 피어있다.

기온이 높지 않아 수월하게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벌초를 마치자 부모님께 속죄하는 것 같아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애주가이신 아버지께 올릴 소주와 어머니께 올릴 음료수를

큰 컵에 따라 상석에 올리고 배(拜)을 하기위해

봉분을 바라보니 마음이 울컥해진다.

“아버지 어머니 자주 찿아 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흠향하시고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하며 절을 하였다.

 

부모님은 내 삶의 정신적 지주시다.

살아오며 부모님에 대한 은덕을 얼마나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두 시간 정도의 벌초로 자식 된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지?

비석에 새겨진 자식과 손주들 이름을 하나 둘 읽어보며

이 많은 자손들이 년 중 한 번이라도 다녀가고 있는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님 돌아가신지 20년 가까이 되는 세월 속에

부모님께서 베푸신 사랑이 자꾸만 희미해져 가는지

산소에 올 때마다 자책하며 내 자신을 돌아보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산소를 자주 찿아 뵙는 게 쉽지 않다.

 

 

 

 

 

저녁 무렵 마량포구 인근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손위 동서 집으로 갔다.

집사람은 네 자매 중 셋째 딸이다.

처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자매들이 나누는 정은 각별하다.

동서네 집에 네 자매와 막내처남 부부가 모였다.

처형과 처제가 내일 올라가라며 붙잡는다.

 

동서네 집 동백나무 울타리에 동백열매가 붉게 익어가고

무화과도 제법 굵고 누런빛이 돋는다.

만조시간이라 파도 소리가 들리고 갈매기 우는 소리도 들린다.

꽃게탕과 농어회에 소주잔을 주고받고...

자매들의 대화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새 이어진다.

 

월요일 집에 오려고 준비하는데...

처형은 우리에게 주려고 김치와 여러 종류의 채소

많은 량의 냉동생선을 미리 준비해서 박스에 담아주신다.

마치 친정어머니가 시집간 딸자식이 친정에 오면 주는 것처럼...

언제나 동서네 집에 오면 처형이 너무 챙겨주셔서 감동이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축제를 하지 못해 꽃게 가격이 저렴하다고

가까운 홍원항에 가서 꽃게 사가자고 집사람이 청한다.

생선을 잘 아는 동서와 처형이 동행해서 싱싱한 것을 구입하였다.

꽃게 한 상자 12Kg에 125,000원이다.

비쌀 땐 1Kg에 4만원이상 거래되는데 너무 싼 가격이다.

 

꽃게를 스치로플 상자에 담고 어름을 넣어서 집에 도착했어도 싱싱하다.

집사람은 간장게장, 무침, 꽃게탕을 하겠다며 무척 좋아한다.

추석에 딸내미와 사위 손주가 오면 주고 싶어 벌써부터 들떠있다.

애미의 심정은 아마 모두 똑 같으리라 생각된다.

 

깊은 정을 주신 동서내외분 그리고 큰처형과 처제가 고맙고 감사하다.

벌초 겸 고향 나들이가 따뜻한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 2020. 09.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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