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신지 약 7개월이 지났다.
병원에 입원하시면 당연히 병세가 호전되어야 하는데
92세이신 장모님은 폐렴과 노환에 따른 병세가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다.
병원에 간병인이 있지만 아들 딸 들이 교대로 장모님을 수발하고 있는데
매일 어머님 증상을 카톡으로 공유하며
장모님 건강에 대한 정보를 교환해서 수발하는데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래가 심해서 가래제거하고 식사도 못하시고
영양제와 수액으로 연명하고 있으시다
병원에서 의사가 가래제거와 관장 등 적절하게 처리해주어
지금까지 생존하고 계신 것 같다.
댁에 계셨다면 벌써 돌아가셨으리라 생각된다.
최근에 식사도 못하시고 가래제거 했다는 소리 듣고
어제 김장김치를 가지러 가면서 병원부터 들렀다
병실에 들어서니 장모님은 천정만 바라보고 계셨다
식사를 못하시니 몸은 무척 마르시고 더 이상 마를 곳이 없는 상태이다
“장모님 저 왔어요” 하며 손을 만지고 주물러 드려도
눈을 깜빡이시지도 않으시고 천정만 보고 계셨다.
약 2분 정도 지나자 나를 바라보시며
뭐라고 말씀하시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아
입술만 움직이며 바람소리 같은 소리만 들린다
내 손을 꼭 잡으시는데 안타깝고 가슴이 멍해진다.
인명은 재천(人命在天)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장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연명하도록
의술의 힘을 빌리는 게 현명한 생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장모님은 얼마나 고통스러우실런지...
장모님과 같은 증상의 환자도 주변에서 하는 말들을
모두 듣고 계시다는 인터넷 기사를 접하고
되도록 장모님에게 평안을 유지할 수 있는 말씀을 드렸다.
듣고만 계시는 장모님은 과연 내가 드린 말씀들을 기억하실까?
김장김치 가지러 동서댁으로 가는데 마음도 발길도 무겁다
가로수로 식재한 은행나무 잎들이 바람에 흩 날리고
벼 수확이 끝난 들판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집사람은 장모님 병원에서 수발해드리고
김장하는데 언니를 돕겠다며 3일전에 내려갔다
동서댁에 도착하니 초겨울 날씨가 포근해서인지
동서댁 앞 뒤로 동백꽃이 활짝피었다
동백꽃은 이른 봄 3월 말경이 절정인데
초겨울에 꽃이 피는 개량종도 있고 겹 동백꽃도 있다.
마당 한 켠에 우리가 가져 올 김치통이 열 개가 넘는다
2대의 차량 트렁크에 가득 싣고서 고구마 배추, 무, 생선 등
처형이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짐이 무척 많다.
주말이라 도로가 정체될 것 같아 출발하겠다고 하자
처형이 점심식사하고 가라고 극구 말린다
동서 내외분이 가까운 항구에서 물메기를 두 상자 사 오셨다
김치 담아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미안한데
해삼, 소라, 갈치조림과 물메기 국으로 후한 식사 대접을 받았다.
항상 후덕한 처형은 매 년 우리에게 온정을 베풀어 주신다.
귀가 길...
서둘러 출발했는데도 홍성에서부터 정체된다
아마 우리처럼 김장김치 가지러 갔다 오는 차량이 많은 듯...
서산을 지나는데 비는 내리고...
집에 도착하니 무려 4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비를 맞으며 김치통 올리고 나니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다
집사람은 김치냉장고 2개 모두에 김치가 가득 채워지면
행복해하지만 내 생각엔 집에서 적당한 포기를 구입해서
김장하면 더 편할 것 같은 생각인데...
처형이 양념한 김치가 맛이 좋다는 이유로 매 년 반복하고 있다.
장모님 생전에 살아 계시는 동안 고통스럽지 않게
통증이 적었으면 하는 바램이고
김장김치 먹는 동안 처형과 동서에게
감사한 마음이 일년내내 이어질 것 같다.
--- 2019. 11.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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