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장례를 마치고
지난 금요일(2019.12.06.) 낮 열두시가 넘어 집사람한테 전화가 왔다.
장모님께서 임종臨終 하실 것 같다고 의사가 가족에게 연락하라고 했다며,
처형의 전화 받고 먼저 내려가겠다는 내용이다.
병원에서 7개월 계셨지만 지금까지 소량의 죽을 드셔서
아직 돌아가시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직원에게 말하고 서둘러 집에 도착할 때까지 집사람한테서 연락이 없다.
고속도로가 사고 차량 때문에 많이 정체되어 애만 태우고 있다는 전화가 왔다.
서둘러 퇴근한 아들 녀석이 집에 도착한 시간에 집사람한테 전화가 왔다.
13시 20분에 임종(92세)하셨는데 급하게 과속으로 운전할까 염려되어
위급하니 병원으로 오라고 말했다고...
아들과 서둘러 출발해서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금요일인데도 수월하게 주행할 수 있다.
두 시간 만에 도착하니...
처남들과 동서, 처형들 그리고 처조카들 모두 장례식장에 도착해있다.
이렇게 많은 자식을 두셨는데 임종하실 때는 두째 처형 혼자 있었다고 한다.
장모님 입원해 계시는 동안 온갖 궂은 일을 맡아 하시던 처형이다.
장모님 영전에 술을 올리고 향로에 향을 꼽고 아들 녀석은 국화를
제단위에 올리고 절을 하고 나서 영정 사진을 보니
편안한 모습에 미소지으시며 사위와 손주를 바라보고 계셨다.
처남과 장례에 관한 이런저런 의견교환을 하였다.
저녁시간 마을 주민들과 가까운 친지분들께서 조문 오셨다.
고향 친구와 향우회원 몇 분이 조문와 주어 이런저런 대화 나눴다.
토요일... 아침부터 조문객이 많이 오셨다.
아들, 딸, 사위, 손주, 그리고 외 손주까지 50명쯤 된다.
장례식장에 장모님 자식들로만 부쩍 거릴 정도로 자손이 많아 보기 좋다.
막내처남이 오후에 장인어른 묘소에 장모님을 합장하는데
지관이 오셔서 합장여부를 결정하니 나에게 산소에 동행해달라고 말한다.
지관어르신과 산소로 가는데 오르막길에 낙엽이 소복히 쌓여
미끄러워 뒷걸음쳐지며 힘겹게 산소에 도착했다.
지관어른은 합장해도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궁금해서 산소의 좌향에 대해 질문하니 앞 산 우측으로
산줄기가 약해서 기가 작아지는 형국이고
좌측으로 병풍 같이 산 줄기가 길게 이어져 있어
좌측 산쪽으로 산소의 좌향을 향하게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풍수지리에 대해 깊이는 모르지만 장인 산소 위치가
양지 바르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명당 같다는 느낌이다.
지관어른과 대화하다보니 우리 장형님과 친구분이셨다.
형님의 안부를 물으시며 무척 반가워하신다.
산소에서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많은 조문객으로 넓은 공간이 여유가 없다.
장모님은 모나지 않고 정이 많으셔서 마을 노인회 여회장직도 맡으시며
마을 어르신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이어오셨다.
여러 자식에 손주들까지 많으시니 조문객이 당연히 많다.
장형님 큰조카와 예산에 거주하는 여동생과 생질
그리고 사위와 딸내미가 안사돈을 모시고 왔다.
저녁시간 서울에서 송년회를 마치고 13명의 친구가 조문차 내려왔다.
즐거운 시간 갖어야 하는데 조문하기 위해 짧은 만남으로
송년회가 마무리되어 한편으로 고맙고 미안했다.
장례식장에는 친구들이 보내준 화환과 향우회에서 보내 준
화환이 먼저 도착했는지 맨 앞에 있다.
자손이 많으니 화환이 빈소 입구와 로비까지 가득하다.
어제 지관께서 발인시간을 9시 30분으로 하고 입관시간은
11시에서 13시까지 하면 된다고 시간 맞춰 진행하라고 말씀하셔서
아무래도 산소 일 하시는 동네분들 하고 포크레인 기사 그리고
지관어르신께서 이른 시간에 산소에 오실 것 같아
아침 일찍 서둘러 산신제 지낼 제물과 동네분들이 드실
음.주류와 안주 등을 챙겨서 혼자 산으로 갔다.
산소입구에 벌써 포크레인과 마을주민 몇 분이 오셨다.
아침 여덟시경 날씨가 좀 쌀쌀하다.
포크레인 기사는 잔디 일부분을 파헤치고 불을 지피라고 한다.
고사목이 많아 쉽게 불이 지펴진다.
포크레인 작업이 시작되고 장인 산소 곁에
합장할 공간을 작업하는데 황토와 마사토 같은 흙이다.
지관께서 토양이 좋다고 말씀하신다.
장모님 모시는 공간의 흙이 좋은 흙이라니 기분이 좋다.
기존의 잔디는 모두 제거하고 입관할 곳이 마무리되었다.
장례식장 버스가 마을회관에 도착해서 장모님께서
매일 같이 동네 어르신들과 담소 나누시던 공간을 들린 후
처가에 도착해서 장모님께서 몇 십년 생활하시던 정든
집을 돌아보시게 한 뒤에 여덟명의 손주가
처가댁과 지척에 있는 후록의 장지까지 운구하였다.
지관어르신께서 진행하는 순서대로 입관식을 엄숙히 거행하는데
네명의 딸들이 서럽게 통곡해서 주위를 숙연하게 한다.
장모님께서 평상시 주위 사람들과 친인척과의 관계가 원만하셔서
장지에 100여명이 모여서 입관을 지켜보았다. 장모님 살아생전
“내가 죽으면 벌초 안해서 풀이 자라고 나무가 자라도 좋으니 매장 해달라“고
말씀하셔서 장모님의 유언으로 받아드려 장인어른과 합장해서 모셨다.
입관이 끝나고 봉분을 만드는데 봉분은 커야 위엄 있고 보기 좋다며
끈으로 원을 그리고 잔디와 흙을 교대로 쌓아 봉분을 만들어주셨다.
장모님께 최대한의 예의로 청년회분들께서 봉분을 정성드려 작업하셔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 뭐라 형용하기 어려웠다.
봉분이 마무리되자 제를 올리고 마을주민과 산소에 오셨던
모든분들께 마을회관에서 식사와 떡, 과일, 음.주류 등을 대접하였다.
살며 정신적 지주이신 장모님의 영면은 일생 중 가장 큰 슬픔이다.
사람의 영혼은 육체를 이탈해서 임종하기 이전에 빠져나간다고 한다.
아마... 좋은 곳에서 지켜보시며 자손들의 안위를 지켜주시리라 믿어진다.
장례 기간 중 많은 분들께서 조문해주시고 가족에게 위로해주는 일은
가족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준다.
조문과 후의를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장모님 성품 같은 봄 날 같이 따사로운 날이다.
장모님!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장모님 유지維持 받들어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 2019. 12.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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