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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내리는 이 비는 / 淸草배창호

덕 산 2024. 11. 19. 06:24

 

 

 

 

 

저물녘 내리는 이 비는 / 淸草배창호
 
가시라는 가랑비가 내립니다
저물녘을 적시는 이 비는
산자락 단풍 물결의 풍치마저  
바람이 휘젓는 낙숫물처럼
가랑잎으로 달랑이는 저 한 잎마저
이미 이별을 예감하고 있듯이
해 저문 어스름 길에 들고 보니
처연한 애끓음 차마 어이하랴

꿈에 부풀었던 한 소절素節도
상고대 핀 입동立冬에 닿아
갈밭 억새꽃도 한때인 것을,
오늘이 뒤안길로 마침표 찍을 때
어제의 누군가는 옛사랑이 되었습니다
가랑가랑 추적이는 이 비처럼
못 잊어, 못내 떠나보내야만 하는
부슬부슬 소슬한 눈물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