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평전平田 / 淸草배창호
산 능선, 은빛 모래톱이 출렁인다
깊어지는 가을 찬 서리에
가슴 졸이는 독백獨白의 날밤이지만
이내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니
바람에 내맡긴 하얀 꽃무릇,
신들린 나부낌이 슬프도록 찬연하다
생을 다한다는 건 지극히 슬픈 일이지만
억새다운 윤회輪廻의 쳇바퀴인
걸림 없는 인연의 끝이라 해도
검붉게 여물은 호시절에서 빚은
그윽하고 선선한 달빛을 마시는
맑고 서늘함은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하마 바람도 따라갈 수 없는 집착조차
털어낸 이내 대궁으로 사위어 가면서도
발자국조차 읽을 수 없는 홀씨 된 마음,
기약 없는 먼 훗날을 뒤 남기고
눈꽃으로 핀 그리움일랑 바람에 띄웠으니
그래도 눈이 부시도록 저문 가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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