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菊, 저문 가을에 / 淸草배창호
서늘한 한기가 삭신에 닿는 새벽녘,
뿔뿔이 맺힌 이슬을 붙들고 있는
노란 꽃 머리에
서리가 하얀 상투로 앉았다
입동의 문턱에서 뒤안길로 향하는 만추,
관조에 든 시절 인연이 파동치는데도
밤새 어엿이 운을 띄운 고즈넉이
시구詩句로 재탄생한 볼수록 빼어난 네,
실금처럼 처연히 스며든 山菊의 향기는
상고대 핀 도도한 시린 날밤도
하시라도 품고만 있었으니
묵묵한 세월 쉬이 물리지도 않았을까,
어찌 흠모로 빚지 않을까마는
행복은 소유에 있지 않고 나눔이라는데
늘 입에 달고 사는 지겹게도 가랑가랑
눈에 콩깍지 씌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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