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광교산 진입로 따라
가을 속으로 빠져들고 싶어 길을 나섰다.
절기 중 상강을 며칠 앞두고
소나무와 참나무가 대부분인 광교산이지만
만상 홍엽의 가을 색으로 변해가는 풍경이 아름답다.
가을은 마음을 흔드는 갈바람과 함께 이미 찾아 온지 오래다.
저수지 수변도로 언덕에 많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억새와 갈대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며
나를 찿아 가을 속으로 걸어간다.
이 시간이 내 삶의 행복한 여백이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에
내 삶도 가을 색으로 변하고 싶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던
내 삶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걷는다.
서두를 필요 없고 주변 풍경 즐기면서
나만의 속도로 한발두발 걸어간다.
저수지 건너편 산기슭의 단풍을 보면서
괜시리 마음 설레이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혼자라서 더 좋다.
말이 필요 없고 설명이 따르지 않아도 좋다.
나만의 감성으로 보고 느끼는 게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하늘에
뭉개 구름이라도 두둥실 흘러가면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길텐데
거울 같이 너무 깨끗한 가을 하늘이라 멋이 없다.
광교산 진입로변 옆으로 커다란 개천이 흐른다.
억새꽃 갈대꽃 이름 모를 잡초들이 어우러져 장관이다.
산국이 양지바른 산기슭에 짙은향을 뽐내며 곱게 피어 있다.
감국이 차를 만드는 재료로 적절해서
감국 채취하려고 비닐봉지를 준비했으나 찿아 보기 어렵다.
주변 논. 밭엔 가을걷이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김장용 채소들만 남아 있고
가을걷이가 단풍이 오는 것보다도 더 빨리 마무리되고 있다.
반촉성 재배로 가꾼 고구마는 색깔이 곱고 무척 굵다.
어릴적 서리 내리기 전에 서둘러 고구마 캐던 추억이 떠오른다.
개천 따라 걸어가며 인연으로 만났던 사람들이 번개처럼 스쳐간다.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치는 수많은 시간과 사람들이 함축되어
짧은 시간임에도 몇 십 년 전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살아오며 힘들게 했던 나쁜 기억들은 다시는 떠오르지 않도록
멀리 흘러갔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진입로에 심은 가로수 잎은 벌써 낙엽되어 떨어지고 있다.
모든 나무들이 봄에 잎을 피웠는데
낙엽이 질 때는 수종과 토질에 따라 다르다.
가을은 풍요로움과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래서 법정스님께서는
가을을 이상한 계절이라고 표현하셨나 보다
가을향기에 취해 가을 속에 빠져든
오늘 하루의 이야기는 몇 줄의 글로 적절하게 표현할 수 없다.
가을 색 옷을 입은 아름다운 산야와 같이
하루하루의 삶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 2014. 10.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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