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고추도둑

덕 산 2014. 8. 18. 10:55







옥상농사에서 두 번째 홍고추를 수확한 고추가 거의 건조되어 갈 무렵

세 번째 홍고추를 수확해서 각목에 방충망을 고정시킨

건조대에 널고 벽돌위에 각목을 고정시키고 비닐을 씌워서

비가 내려도 고추가 젖지 않도록 했다.


매 년 이렇게 옥상에서 건조했지만

옥상에서 고추가 없어진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금년...

두. 세 번째 수확해서 건조중인 고추를 이틀에 걸쳐 모두 가져갔다.

건조가 되면 약 두 근 정도의 적은 량이다.

그 동안 살아오며 처신을 잘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나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봤다.


고추가 없어지고 1주일쯤 지난 후

옥상코너에 쌓아놓은  빈 화분 아래에

건조 된 고추가 반 토막이 되어 있는 게 보인다.


아차! 쥐의 소행이구나 생각하며,

버리기 아까운 화분을 쌓아놓고

미관상 흉하지 않도록 비닐을 덮고

끈으로 고정시켜 놓은 게 화근이었다는 생각이다.


쥐가 옥상까지 올라왔던 것은

초여름 딸아이 가족과 야외용 불판에

숯불로 삼겹살을 구워먹어

그로인해 쥐가 올라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어린 가지를 파먹고 있어

매일 아침 찿아 오는 까치의 소행으로 생각하던 중

어느 날 수박 껍질을 고추화분에 거름이 되도록 흙을 파고 묻어줬는데

옥상 바닥에 한 두 쪼각 보인 것도 쥐의 소행이었다.


예전처럼 쥐약 판매하는 곳이 없어

약국에서 끈끈이를 사다가 가지화분 아래와

빈 화분 쌓아둔 곳 주변에 놓고 쥐가 잡히기를 고대하는데...

이놈이 요물이라서 끈끈이에 달라붙질 않는다.







그런 와중에 고추가 이틀에 걸쳐 없어진 것이다.

끈끈이 놓은 분풀이를 고추 물어가는 것으로 앙갑품을 했다.

지능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론 섬뜩하기도 했다. 


이놈이 나타나면 때려잡으려고 몽둥이를 곁에 두고

화분 쌓아 놓은 비닐을 걷으면서 깜짝 놀랐다.

잃어버린 고추가 모두 빈 화분 속에 다 나누어져 보관중이다.

먹이 감을 저장해 놓은 것인지 아니면

끈끈이에 대한 보복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요놈이 바로 고추 도둑인데 엉뚱한 생각을 했다.


화분을 모두 거꾸로 엎어놓아 쥐의 서식지를 없애고

밤에 수박껍질을 옥상 바닥에 몇 조각 놓았다.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 보니 5쪼각을 물고 갔다.

빈 화분 주변을 살피고 옥상 구석구석 모두 살펴도

수박껍질 흔적을 찿을 수 없다.

모두 먹어버릴 수도 없는 량이라 이놈의 행적이 더욱 궁금하다.


옥상의 구조가 4개면 중 한개 면이 45도 급경사의 기와 지붕이다.

이 방면으로 배수구가 두 곳인데 배수구 입구와 PVC파이프까지의

거리가 약 50cm 정도로 내가 화분을 정리할 때

이놈이 피해있던 장소일 수가 있다.

각목으로 배수구 입구를 넣어 보니 

아뿔사 기와지붕 밑으로 쥐가 들어 갈만한 공간이 있다.


철망을 구입해서 배수구 입구를 막고 벽돌로 고정시켰다.

아무리 큰 쥐라도 벽돌 무게 때문에

감히 옥상에 나타나지 못 할 것이다. 


철망으로 배수구 입구를 막고 옥상바닥에 멸치를 몇 개 놓았다.

아침... 확인해보니 멸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쥐와의 전쟁이 끝난 것 같다.


약 2주일 쥐와의 전쟁을 치뤘는데...

지금도 궁금한 것은

한 번도 사람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과

끈끈이 놓은 후 분풀이 하듯 이틀 동안 고추를 가져 간 것 등이다.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어쩌면 사람 사는 곳에 존재하는 흉물이다.

그런데도 12지신의 첫 번째이지 않던가?


이번 쥐 사건으로 큰 경험을 했다.

옥상에서 고기 구워먹는 등의 음식 냄새를

풍기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 2014. 08.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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