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출발하는 목요일...
본사에 내려가는 날이다. 연휴가 끝나고 첫 날이라서
고속도로가 차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20분 일찍 출발했다.
아직 옅은 어둠이 깔리고 아침공기가 시원하다.
예상했던 대로 차량은 많고 06시 25분경 일출에
이슬 먹은 벼이삭이 누런빛을 띄우고 풍요롭게 보인다.
하늘은 높고 뭉개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전형적인 초가을의 풍경이다.
옥산휴게소 분수대 앞에 메달린 조롱박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며 20여분 동안 여유를 가져본다.
본사에 도착해서 제품을 인계받고 탑립동 소재의 LED공장으로 향했다.
LED공장은 공단에 위치해 있다.
공단에 입주한 회사의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경우 도로의 2차선은
직원 차량들이 정차되어 부득이 1차선으로 주행하게 된다.
2브럭 지나서 목적지인데 2차선은 차들이 도로에 정차되어 있다.
2브럭 끝나는 지점에 사거리가 있고 5 ~ 60m 정도 주행하면 LED공장이다.
이 사거리의 우측방향에서 우회전 차량이 있으면 도로여건 상
2차선으로 차선변경하기도 어려워 1차선으로 주행하다
LED공장으로 우회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고가 나려면 눈에 뭐가 씌웠는지... 알 수 없이 진행된다더니...
내가 그런 경우다.
우측 빽미러 확인하니 우측후방 먼 거리에 검은색 승용차가 보인다.
우측 깜빡이를 넣고 서행하며 LED공장으로 진입하는데
꽝하는 소리와 함께 내 차가 멎어버렸다.
내려와 보니 검정색 승용차가 내 차량의 우측 조수석 뒷 부분을
정면으로 받았다. 승용차 운전자는 스스로 차량에서 나왔다.
나는 그 사람에게 “내가 깜빡이를 미리넣고 안전거리에 있어서 우회전했는데
과속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다친데는 없느냐?“ 라고 물었다 .
다친데 없다고 말하면서 “차량을 확인해야지요?” 라고 말하고 다른 말은 없다.
내 차량은 2차선으로 거의 다 넘어 온 상태...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편도 2차선도로에서 1차선 주행하다
우회전 한 것이다.
보험사와 회사에 전화하고 긴장되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사고 당시 상황을 재 정리해봤다.
분명 사거리 지나자 마자 우측 깜빡이를 켰고,
승용차는 안전거리 정도로 멀리 있어 안전하다 판단하고
우회전했는데 접촉사고가 난 것이다.
상대차량 운전자가 말 한대로 우측에서 오는 차량을 보내주고
내가 우회전했다면 나는 1차선에 서 있어야하는데...
과연 이렇게 했어야 정석이었을까?
그렇다면 내 뒤의 차량들은 1차선에서 나 때문에 서 있어야했는데도?
보험사에서 담당직원이 오고 본사 총무과 직원도 왔다.
상대차량은 견인하고 내 차량은 운전 가능할 것 같아
그대로 끌고 온 다 했는데... 운전가능 여부를 점검 받은 후 운전하라고
총무과 직원이 극구 반대한다.
보험사 견인차량으로 무료로 견인할 수 있어 공장으로 보내고
나는 총무직원과 동승해서 공업사로 향했다.
직원은 나를 안심시키고 위로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나는 회사에 누를 끼쳐 죄송하고 부끄럽다.
사고가 나려면 눈에 콩깎지 씌운 것 같고 귀신에게 홀린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보았지만 내가 그런 사고를 접하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라고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이다.
공업사에서 차량을 점검하니... 운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얼라이먼트만 점검하고 제품납품하고 영업소에 도착하니....
15시가 넘었다. 나로 인해 LED영업사원들은 서둘러 제품을 납품하려고
얼마나 바쁘게 움직일까 하는 생각에 모든 영업소 직원에게 미안 할 따름이다.
금요일 오후 여유 있는 시간을 이용해서 공업사 두 곳에 수리기간과
수리비용 등을 확인 후 낮은 금액을 제시한 공업사에서 수리하기로 했다.
수리기간은 3~4일 소요된다고 해서 본사와 일정을 조율해서 월요일부터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사고 후 회사에 대한 죄책감으로 심적 부담이 컷는데
직원분들 하나 같이 다친데는 없느냐고 염려해 주시니 더 미안하다.
운전한지 30년 가까이 되는데 처음 사고였다.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꿈꾸는 것과 같이 몽롱하다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
마음 불편한 주말을 맞았다. 추석직전 세입자가 이사한 곳의
도배장판을 부탁했더니 토요일 오전... 이른 시간에 마무리 되어
청소하고 올라오는데 또 다른 세입자가 씽크대 수도가 물이 샌다고 말한다.
도구를 가지고 나사를 조였지만 안에서 마모되었는지 계속해서 물방울이 떨어져
수리하는 곳에 연락해 교체해주었는데....
화장실 문턱과 타이루가 연결되는 부위의 실리콘를 재작업해달라고 주문한다.
집 손질하고 가꾸는 것은 집주인인 내가 해야 할 일인데 세입자가 신경써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실리콘을 구입해서 작업하려는데 마땅히 바를곳이 없다.
멀쩡한 곳에 다 보충해서 작업해도 반정도의 량이 남아
다른 곳에 불필요하게 소모하고 말았다.
이번엔 문턱에 락카를 바를 테니 구입해달라고 한다.
작업은 자기가 하겠단다. 실리콘 작업은 안해도 되었으나,
요구해서 불편할까봐 구입한게 돈만 낭비하고 말았다.
락카칠이 아직 벗겨지지 않았는데 멀쩡한 곳에 락카를 바른다고 말하니....
처음엔 고맙게 여겼는데 내심 짜증이 안다.
마침 집에 락카와 붓이 있어 실리콘이 굳은 일요일 작업하겠다고 말하니...
실리콘이 완전히 굳으면 며 칠 후에 자기가 칠하겠다고 말한다.
토요일 오후시간...
괜시리 마음이 어수선하여... 옥상에 올라가 요즘 밤 기온이 내려 가
고추가 잘 익지 않아 한 곳으로 모아놓고 각목으로 지주세우고
헌 비닐를 씌우고 벽돌과 끈으로 고정시켜 놓았다.
낮에는 기온이 높아 화분과 화분사이로 공기가 소통되니 고온 피해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서늘한 밤 기온 때문에 찬이슬이 닿지 않도록 했으니...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적상추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랐는데 저녁에만 비닐을 덮게끔 준비했다.
저녁시간 20시....
실리콘작업을 한 집의 세입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싱크대 아랫부분에서 물이 흐른다고...
확인해 보니... 배수관이 이물질로 막혀 물이 안 내려가고 일부는 역류하고 있다.
배수관 뚫는 곳에 연락하니 늦은 시간이라 올 수 없다고 말한다.
무와 배추를 큰 다라에 두 개 가득 준비하고
채소는 다 씻고 김치 담그는 마지막 일만 남아 있었다.
아마 채소 씻으면서 물 빠짐이 더디니... 중간의 거름망을 드러내고 물이 빠지도록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 본인은 아니라고 말한다.
일요일 집안 일로 인해서 향우회 산악모임도 불참한다고 연락했는데
그 마져 가지 못하고 세입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업체를 수소문해서
배수관을 뚫어야하는데 일요일이라 연락도 안되고 난감하다.
아무래도 오후시간에 전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 성격이 다 달라서 세입자를 상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계약기간 동안 불평한번 없이 살다가 이사하는분이 있는가 하면...
본인이 관리를 잘못해서 수리해야 할 부분까지
주문하는 사람은 정말 피곤하다.
지난 한 주 연휴기간 제외하면 반 토막 주일이다.
그러나 일이 꼬이는 알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내일부터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회사와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매사 심사숙고해서
초가을에 익어가는 열매와 같이 멋지게 영그는 하루하루를 만들어야겠다.
- 2014. 09.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