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에 대한 소회(所懷)
오병규 2024-10-07 06:53:05
3~4 년 전부터 집에 찾아온 길냥이를 몇 대를 이어 보살피고 있다 . 현재 길냥이 네 마리를 거두고 있다 . 가끔 놈들 캐어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또는 짧은 동영상으로 페북에 올리고 있음에 페친분들은 잘 아신다 .
.
캐어하는 세 마리의 한 가족과 떠돌이 한 마리 . 떠돌이 한 마리는 붙임성도 좋고 사료를 줄 때 조용히 기다렸다 먹기도 때로는 바짓가랑이에 슬쩍 매달리기도 하다가 사료만 먹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때가 되면 아침저녁으로 다시 나타나곤 하는데 , 문제는 어미를 비롯하여 두 마리의 새끼들이다 . 새끼도 이제 다 자라 성인이 되었다 . 그런데 집안에 붙어살며 온갖 말썽을 부리는 것이다 .
.
사료를 삼시 세끼를 달라며 보챈다 . 물론 집에 있으면 꼬박 챙겨준다 . 그런데 그렇게 밥을 달라고 보채며 막상 사료를 주면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듯 하악질을 한다 . 그럴 때마다 화도 나고 성질이 나지만 말 못 하는 미물과 다툴 수도 없고 하여 그대로 집사 노릇을 해 오고 있는 터다 .
.
밤만 (매일 그러는 게 아니고 간헐적으로 ...) 되면 지붕으로 올라가 난장을 부리는 것이다 . 우당탕탕 ...초저녁은 그래도 tv 때문에 잘 모르지만 깊은 밤이나 새벽녘엔 정말 화가 난다 . 그래도 아침이면 거실 창을 통해 애절한 눈빛으로 사료를 달라고 눈을 마주치면 밤새 품었던 증오는 사라지고 또 ...
.
지난 봄이든가 ? 아니면 초여름 . 아내가 전기요금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 . 그러면서 그 이유가 5~6 년 전 650 만 원 들여 설치했던 태양광이 가동 않는다는 것이다 . 고장 난 원인을 알아봤더니 고양이들의 난장 (場 )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 전기 수요도 많지 않고 얼마간 그냥 두었지만 올여름 좀 뜨거웠던가 ? 중간에 180 만 원을 주고 고쳤겠다 .
.
그 후로도 고양이들의 간헐적인 지붕 위 난장은 계속되었고 , 수리한 태양광이 얼마 후 또 가동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아내의 통장에서 모든 공과금이 빠져나가고 전기요금 또한 아내만이 아는 사실이다 . 평소보다 요금이 많이 부과되면 태양광이 가동 않는 것이다 .)어쩔수 없이 , 오죽했으면 지붕에 못 올라가도록 망을 사다가 공사를 했지만 그것도 허사였다 .
.
아무튼 그래도 참았다 . 이런 사실을 페북에 올렸던바 , 페친분들의 반응은 반반이다 . 당장 쫓아내라는 분 , 그래도 참고 캐어하라는 분 . 그런 가운데 어떤 분은 오랫동안 수십 군데 수주를 받고 설치해 주었지만 단 한 곳도 그런 불평은 없고 , 태양광 업자의 부실 공사가 원인이라며 빈정 상하는 말씀을 하신다 . 그때 그 분께 물어볼 걸 그랬다 . 거짓말 좀 보태서 호랑이만한 고양이 3 마리가 유행가 가사처럼 밤이면 밤마다 지붕에 기어 올라가 마라톤도 했다가 레슬링도 하는 집이 있었던가 ?
.
어쨌거나 일단 금년은 태양광 수리를 더 이상 안 할 것이다 . 동절기에는 전기 사용도 많지 않고 또 태양광의 기능 또한 다른 계절 같지 않게 생성이 많지 않다 . 그래서 불편 하지만 끝까지 인내를 하고 놈들과 함께하기로 했는데 ...
.
여태 이런 불만은 표출 않았는데 , 이것들이 먹고 난 후 배설을 꼭 대형화분의 부드러운 상토를 파헤치거나 아니면 이런저런 파종이나 모종을 심기 위해 만든 밭의 둔덕을 몽땅 헤친 뒤 그곳에 배설을 하고 밭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다 . 그래도 참았다 .
.
그제다 . 내년 봄에나 먹을 ‘봄동 ’과 ‘시금치 ’를 파종했는데 어제 아침 텃밭을 돌보니 , 세상에 밭을 엉망으로 파헤쳐놓았다 . 정말 분노 게이지가 있다면 100% 꽉 차올랐을 것이다 . 이빨까지 갈리는 그 울분 . 썰로 표현 하기 민망할 정도로 그 자리에 있으면 패 죽이고 싶었다 . 차라리 고라니나 멧돼지가 그리했다면 억울하기나 덜 할 텐데 ...
.
그러나 어쩌겠는가 ? 그래도 인도적으로 그 분노와 화를 참으며 냉정을 되찾고 , 이제는 정말 저것들과 이별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어제 아침 조반을 차려 주었던 것이다 . 그리고 아내가 가장 반가워할 소식으로 “오늘 아침 까지만 ..”.
.
우선 놈들에게 제공했던 밥그릇을 패대기쳐 버렸다 . 물그릇은 스텐이라 지나는 고물장사에게 주려고 뒤안에 두었다 . 점심 때쯤 어미가 애절한 눈빛을 하며 또 거실 창을 통해 바라본다 .
.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평생을 다부지지 못하게 살아온 것 같다 . 입으로는 죽어라 미워하지만 저만큼 돌아서 생각하면 죽어라 미워했던 마음이 봄눈 녹듯 한다 .
.
저토록 애절한 눈빛을 어찌 박절하게 ... 봄동이나 시금치 덜 먹으면 될 것이고 ...봄부터 지금까지 저놈들이 망친 것만큼 덜 먹었는데 ... 이제와 저놈들을 어떻게 내치겠는가 ? 그 애절한 눈빛에 가슴까지 먹먹해진다 .
.
아마도 하루 종일 배가 고팠을 것이다 .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지 ? 집안의 데크에는 반듯한 방석 같은 반석 (盤石 )이 있다 . 그곳에 앉아 사료를 뿌렸다 . 더하여 술안주 하던 오징어를 작게 썰어 함께 뿌려준 것이다 .
.
새끼 두 마리는 내 손가락도 터치하고 발 쪽에 살짝 입맞춤도 한다 . 그러나 어미가 문제다 . 저 망할 x 은 뒤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아직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 그러나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 어찌 하루 만에 놈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는가 ?
.
오늘도 천천히 시간을 두고 가까이 다가가 볼 것이다 .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든가 . 좋을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 가끔 놈들의 소식을 전해 드릴 것이다 .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색되고 잊혀지지 않기를 (1) | 2024.10.15 |
---|---|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0) | 2024.10.14 |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이룰 절호의 기회다. (0) | 2024.10.11 |
아니면 말고 식은 곤란하다. (2) | 2024.10.10 |
천고마비(天高馬肥)와 비탄지육과 자존심 (1) | 2024.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