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천고마비(天高馬肥)와 비탄지육과 자존심

덕 산 2024. 10. 8. 08:01

 

 

 

 

 

천고마비(天高馬肥)와 비탄지육과 자존심 

 

오병규 2024-10-05 06:05:36

 

●동서남북 사방을 둘러봐도 정말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이다 . 이런 하늘을 두고 천고마비 (天高馬肥 )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 파란색 그것도 시리도록 짙은 파란색은 왠지 춥게 느껴진다 . 그토록 뜨겁든 지난여름 아니 추석 지나고도 무덥기만 하더니  10월 들어서며 갑자기 새파란 하늘처럼 냉기가 돈다 .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난여름이 특별히 뜨거웠던 것 빼고 매년 같았던 게 아닐까 ? 요즘은 교복을 입는 경우가 드물겠지만 , 옛날엔 동복과 하복을 구분해서 입었잖아 ? 전국의 중고생들 동복으로 갈아입는 날짜가  10월 초였든 것으로 기억된다 . 아마 이맘때는 그때도 조석으로 쌀쌀 했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지금도 의아한 것은 파란 하늘과 말이 살찌는 것과 무슨 상관인지 ????? 미루어 짐작컨대 이 성어는 유목민들에게서 나온 것 같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 사진을 올릴 수 없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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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가을이 오면 조석으로 쌀쌀한 기운은 감돌지만 춥다며 호들갑을 떨진 않았다 . 그런데 금년은 확실히 다르다 . 10월  1일 국군의 날 , 이곳 천등산 일대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추웠다 . 긴소매는 이미  9월 하순부터 갈아입었지만 얇은 긴 소매만으로는 이전과 다른 쌀쌀함을 버티지 못하겠다 . 결국 패딩 조끼를 걸치고 . 그래도 한기를 이기지 못하자 아내는 두꺼운 패딩을 입으란다 . “자존심 상하게 ...” 아내에게 보인 반응이다 . 그리고 그렇게 버텼다 . 어제다 . 아침새벽에 일어나니 너무 춥다 . 나이 탓인가 ?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결국 얇은 패딩을 걸쳤다 . 그래도 춥다 . 눈앞에 난로가 보인다 . 옳지 저 놈을 ... 작년 난로 점화식을 한 날짜가  10월  10일이다 . 이날까지 자존심을 살리려 했지만 어제 그놈의 알량한 자존심을 꺾고 난로 점화식을 가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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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말만 살이 오르는 게 아니다 . 오곡백과가 결실을 맺고 추수를 하는 계절이다 . 먹거리가 풍족한 계절이라 사람도 살이 오르는 것이다 . 오늘날은 살이 찌면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살 까기 운동을 하지만 옛날엔 그리하질 못했다 . 유비가 조조의 공격을 피해 형주에 몸을 의탁하고 있을 때다 . 어느 날 자신의 허벅지에 살이 붙은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 이때 생겨난 고사성어가 비육지탄 (髀肉之嘆 )이다 . 말 타고 전장에 나가 열심히 달려야 함에도 적에게 발이 묶여 허송세월 하고 있음을 한탄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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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 계절도 좋고 자존심 지키는 것도 좋지만 사람으로 태 났으면 각자의 삶을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 . 즉 존심을 꺾을 땐 꺾는 게 몸에 이롭다. 괜히 어정쩡하게 허송세월을 보내며 허벅지로 뱃가죽으로 살만 찌울 게 아니다 .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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