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그 놈이 다녀갔나?(2부)

덕 산 2024. 6. 14. 12:51

 

 

 

 

 

그 놈이 다녀갔나?(2부) 

 

오병규 2024-06-08 05:11:50

 

아무튼 이미 두 번씩이나 가 본 독도지만 아내 때문에 포기 하고 호텔방에 죽치자니 갑갑하고 답답하여 아내에게 웬만하면 울릉도 둘레길이나 돌아보자며 행장이랄 것도 없지만 조그만 배낭에 물과 요기꺼리(마른오징어 )를 넣고 출발을 했습니다 .

 

그렇게 오붓하게 둘이서 해변의 바위산을 깎아 만든 잔도(棧道 )길을 다정히 걸었답니다 . 얼마를 갔을까요 ? 어떤 분이 저희와는 역행을 하고 내려오면서 “더 이상 못갑니다 ”라는 겁니다 . 알고 봤더니 작년 여름 태풍 때문에 바위가 낙석으로 변해 잔도에 설치한 다리를 뭉개버려 지금 공사 중이라는 겁니다 . 믿거나 말거나 무시하고 조금 더 가보니 과연 그 장소가 눈에 뜨이는 것이었습니다 .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며 호텔로 돌아오는데, 어머나 ~! 아까는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사진처럼 )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 이건 뭐 .....동굴도 아니고 그렇다고 ... 아무튼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는 괴이한 모습의 거대한 바위가 서 있는 겁니다 .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모양 자체가 괴이 (怪異 )하지 않습니까 ?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하시면 ...

 

그런데 그 모습의 바위를 무심결(어쩌면 작심하고 ...)에 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이 괴이하다는 걸 나만 느낀 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 그리고 아내가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해 줄까 ?”그러는 겁니다 . 길을 걸으며 길동무가 얘기해 주는 것만큼 재미난 얘기가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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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얘기는 이랬습니다. 아 ~! 이 얘기를 들려드리기 전 어제 저녁 상황으로 잠시 돌아가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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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제 저녁 하루 종일 호텔방에 죽친 건 이미 밝혔습니다. 저녁이 되어 일행들은 저녁을 먹고 그 분들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 저희는 부부가 갔기 때문에 돈을 더 내기로 하고 방을 따로 얻었지요 . 그런데 일행들이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가며 아내에게 자신들의 방에서 놀러오라며 초청을 한 것입니다 . 저 역시 아내에게 권고 했구요 . 왜냐면 제가 프로야구를 밥이나 술보다 더 좋아합니다 . 마침 한참  TV중계를 하던 때라 일부러라도 보내고 싶은 때였답니다 .

 

사내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여인네들도 그들끼리 둘러앉으면 Y담들을 하는 모양이지요 ? 아내의 얘기는 어제 저녁에 그 방에 놀러 갔다가 들은 얘기라며 진지하게 쏟아 냈습니다 . 제가 그 바위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말이지요 .

 

사실 이 얘기는 진지하게 들으면 인생에 덕이 될 것이나 허투루 들으면 Y담이 될 소지가 있답니다 . 아내는 워낙 음전한 여자라  Y담은 절대 않는 여자랍니다 . 어쩌다 야동이라도 한 장면 나오면 얼굴을 붉히고 천박하다며 저를 째리기까지 한답니다 . 그런 여자 입에서 나온 얘기이니 결코  Y담 일리는 없고 , 잘 소화 시켜야 합니다 .

 

그러니까 충청도 증평인지 진천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확실한 건 둘 중의 한 고을에서 모종의 사건이 터졌답니다. 두 지방 중 고추로 유명한 고장이 있답니다 . 가을철 붉은 고추가 날 때면 온통 시장터가 고추장사꾼과 상인으로 미어집니다 . 고추장사는 가게가 있는 집도 있고 포대로 쌓아 놓고 파는 집도 있답니다 .

 

어느 가게 안에 가게(고추장사 )의 여주인과 그 고추를 사기위한 장사꾼이 마주하여 흥정을 끝내고 흩어진 고추를 포대에 담기 위해 주인집 아주머니가 포대를 벌린 게 마뜩치 않은 장사꾼이 “아줌마 그거 좀 잘 벌려 봐요 고추 좀 넣게 ~!!”, 아내는 더 이상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 하던 얘기를 끊었습니다마는 , 문제는 “아줌마 그거 좀 잘 벌려 봐요 고추 좀 넣게 ~!!”라는 이 말 한마디가 그만 법정에 섰다는 것입니다 .

 

가게의 주인아줌마가 그 장사꾼을 성추행 범으로 고소를 했다는 겁니다. 근데 이게 과연 고소꺼리에 해당이 되느냐 입니다 . 더 거시기 한 문제는 그 여주인이 장사꾼이 자신을 마구 더듬으며 그 말을 했다고 살을 붙여서 고소를 했답니다 .

 

결국 그 장사꾼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무슨 교육  40시간의 형을 받았답니다 . 그런데 장사꾼은 결단코 무심결에 한 얘기며 절대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하며 더더구나 몸을 더듬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항소를 했답니다 .

 

그렇게 1년여 만에 나온 재심에서 장사꾼이 승소를 했답니다 . 그 이유가 그날 그 시각의  cctv가 모든 사실을 담고 있었답니다 .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은 분명이 보이지만 더듬거나 희롱한 물적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기에 무죄방면이 되었답니다 .

 

마누라가 얘기하는 내내 울울하고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렸답니다. 결국 그 가게는  1년도 못가 망했답니다 . 같은 장사꾼끼리도 그러더랍니다 .“고추장사가 그 정도의 농담도 못 받아들이고 무슨 장사를 하겠느냐 ”라고요 . 농담은 못 받아들여도 증거를 조작해서는 안 되겠지요 ?

 

어제 올렸던 사진 다시 한 번 더 올립니다. 처참하게 쭉 찢어진 모습이 상상만 해도 아프겠습니다 . 저 사진을 보면 제가 아프기까지 합니다 . 그래서 사진을 찍으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놈이 이곳 울릉도까지 다녀갔나 ?”제 형수 가지고는 모자라서 ...???? 나쁜 노무시키 !!!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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