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배달 된 택배
어제 오후 7시경 가랑비가 내리는데
문 앞에 택배기사가 물건을 놓고 갔다.
집에 사람이 있었는데 살며시 물건만 내려놓고 갔다.
스티커에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하니...
전남곡성 미곡처리장에서 보냈으며,
받는 사람의 주소와 보내는 사람의 주소만 있고
한진택배에서 배송한 것만 알 수 있었다.
031-114에 문의해서 수원소재 한진택배를 알려달라고 하자
대표 전화번호만 알려준다.
업무가 종료된 시간인데 혹시? 하는 마음으로 전화하자
업무가 종료되었다는 멘트가 나온다.
택배기사가 다시 물건 찿으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평상시 보다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지 않았다.
요즘 코로나 발병 후 택배기사들 업무가 과중하고
마스크까지 쓰고 다녀야 하는 고충을 알고 있어 안타깝고 동정이 간다.
오늘 아침... 스티커 주소를 메모해서 무작정 여기저기 찿아 다녔다.
우리 집 도로명 주소의 끝 번호 26과 동일할 뿐
앞 주소는 우리집과 전혀 다른데 우리 집에다 쌀을 놔두고 갔다.
약 30분 다니며 주소지를 찿은 후 301호에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다.
6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젊은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져있는 시간이다.
거실에 불이 켜져 있고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네 번 정도 누르자 거실 불을 꺼버리고 초인종 전원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주인을 찿아 줄 생각으로 5시 30분에 일어나 30분 헤매 다
힘들게 찿았는데 매우 기분이 나쁘다.
홧김에 출입문을 두드리며 고성으로
"어제 택배가 우리 집으로 와서 알려주려고 왔습니다". 라고
평소 톤보다 더 큰소리로 말했다.
문을 열고 40대 중반 부인이 "어제 택배기사가 쌀을 배송했다는
문자를 보내왔는데 쌀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기사가 11시 넘어서 우리 집에 찿아갔으나 쌀이 없어져서
오늘 다시 확인하고 못 찿을 경우 배상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한다.
부인과 내가 대화하는 소리를 듣고 남편이 거실로 나와
"댁이 어디신지요"? 하며 점잖게 말한다.
우리 집과 두 브럭 거리에 있는 집인데 택배기사가 너무 안일하게
자기 일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어떻게 주소지가 전혀 다른 곳에 배송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남편이 우리집에 와서 쌀을 찿아 가며
"학교에서 아이들 점심 해줄 쌀이라고 말한다".
아마 교육공무원인 듯...
그러나 내가 주인을 찿아 주려고 30분 동안 동네 주소를 확인하며
힘들게 찿아 간 집에서 박절하게 불을 끄고
초인종 전원까지 내려버린 행위가 괘심하기 짝이 없다.
"초인종 누르고 도둑질 하는 도둑이 있는지"?
대충 그 사람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어서 가져가라 말하고 보냈다.
세상 참 각박하다고 하지만...
자기 집 찿아 간 사람을 박절하게 거부하는 행위에
기분 나쁘고 모욕감이 들었다.
교직자 가정이라고 볼 수 없는 무지한 여자다.
이런 사람은 이웃과도 단절하며 생활하는 사람이다.
오늘... 좋은 일하고도 기분 나쁜 날이다.
오늘 아침 쌀을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운동도 가지 못했는데...
하늘도 내 마음과 같이 어두운 회색 구름이 가득한 아침이다.
--- 2020. 7.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