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생일과 술빵

덕 산 2020. 7. 22. 10:11

 

 

 

 

 

생일과 술빵

 

오늘이 생일이다.

지난 주말에 자식들이 축하한다고 한우식당에서 식사하고

집에 와 케익을 자르는데 초는 왜 그렇게 많은지...

자식들에게 받은 용돈 보다 손주 녀석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종이부채가 제일 귀한 선물이었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간에 장마 비가 다시 시작이다.

집사람이 정성들여 준비한 생일밥상이 훌륭하다.

식사 후 신문 읽으며 갑자기 어릴 적 어머니께서

생일 날 만들어 주신 술 빵이 떠올라

잠시 어릴적 추억에 잠긴다.

 

모내기와 보리타작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밀을 수확한다.

밀 수확하는 시기는 장마가 빠르게 시작되면 겹치게 되어

수확하는 일과 건조하는데 무척 애를 먹는다.

 

여름 생일인 나에게 어머니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농사철인데도 꼬박꼬박 생일 날 술 빵을 만들어주셨다.

그 시절엔 명절에나 떡을 해 먹었기에

술 빵도 대단한 생일 선물이었다.

 

 

 

 

 

장마철 어렵게 밀을 건조시켜

방앗간에서 분쇄해서 밀가루를 만들어 오셨다.

글로 표현하면 몇 자로 요약해서 쉬운 과정 같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자식을 위해 술 빵을 만드시는

어머니의 노고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이 담겨있었다.

 

밀가루 반죽에 이스트 또는 막걸리와 설탕이 귀한 시절이라

당원으로 달콤하게 맛을 내도록해서 몇 시간 숙성시킨 후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붓고 장작으로 받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 밀대를 가지런히 편 다음 마포천을 깔고

숙성시킨 반죽을 펴놓고 맨 위에 강낭콩을 골고루 뿌리고

장작불을 지피면 옅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노란색 술 빵이 만들어졌다.

 

생일 날 아침...

장마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나이 들며 어머니에 사랑을 통감하며 생활하고 있다.

어머니에 무한한 자식사랑처럼 나는 자식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생활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재래시장에서 술 빵을 판매하고 있으나,

요즘 젊은이들은 제과점 빵을 좋아 한다.

오늘은...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생일 날 마다 만들어 주시던

막걸리 냄새나는 술 빵이 생각나는 날이다.

 

--- 2020. 7.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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