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 2018.05.02 11:31
암(癌)을 ‘걸리면 죽는 질환’이 아닌,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암 환자 진료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환자가 해당 암을 전문적으로 보는 하나의 진료 과나 한 명의 의료진을 찾아가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최근 유전체 분석 등 진단 기술이 발전해 질환을 세부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함에 따라 여러 진료 과 의료진이 함께 모여 환자를 분석·치료하는 ‘환자 중심 통합진료’ 형태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를 ‘다학제 진료’라고 하는데, 모든 암 중에서도 특히 ‘폐암’의 다학제 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 암 사망률 1위 ‘폐암’
폐암 분야에서 다학제 진료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는 폐암의 진단과 치료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 질환이다. 실제로 암환자 10명 중 2명 이상은 폐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2015년 기준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6.7%”라며 “이전과 비교해 폐암 생존율이 향상됐지만,
다른 암과 비교하면 아직 생존율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폐암의 사망 위험이 큰 이유는 발생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폐는 기능이 75% 이하로
떨어져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폐암 말기에야 병을 처음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폐암으로 기침이나 숨 가쁨, 가슴 통증 등 증상이 생겨도 이를 감기 등으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강진형 교수는 “폐암은 특성상 재발이나 전이도 잘 된다”며 “늦게 발견될수록 사망 위험이 크기 때문에
폐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서는 각 진료 과가 협진해 환자를 조기에 제대로 진단하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양내과·호흡기내과·흉부외과 등 함께 모여 진단·치료법 제시
현재 국내에서는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에서 폐암 다학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참여 진료과는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 종양내과 등이다.
다학제 진료는 대부분 환자와 전체 의료진이 한 자리에 모이는 ‘대면 진료’로 이뤄진다. 환자의 기본 검진 자료를 토대로
각 의료진이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에는 정해진 치료법에 따라 각각의 치료과가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때 진료 과에 따라 시행하는 치료법이 다르다. 호흡기내과의 경우 폐암의 진단 및 병기 판정, 광역학치료(PDT),
호흡기 합병증 치료 등을 맡는다. 종양내과는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제 등의 치료를 시행하며, 흉부외과는 외과적 수술이나
개흉 폐조직 검사 등을 시행한다. 방사선 종양학과의 경우 방사선 치료, 토모테라피, 사이버나이프 등을 시행하게 된다.
◇폐암 다학제 진료, 환자 치료법·생존율에 영향
폐암 다학제 진료는 환자의 치료 방법과 예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바로 수술을 할 것인지,
항암치료 후 수술을 할 것인지, 혹은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시행할 것인지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을 고려한다.
이중 환자가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 시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폐암 치료의 다학제적 접근은 실제로 환자의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졌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폐암센터가 1997년부터
2011년 폐암으로 내원한 환자 4246명의 생존율을 병기별로 조사했다. 그 결과 다학제 진료 이전 기간(2000~2004년)에는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7%였지만, 다학제 진료를 시작한 뒤(2005~2011년) 5년 상대생존율이 35%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 환자의 병기별 5년 관찰 생존율도 개선됐다. 2000~2004년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병기별로 1기 54%,
2기 32%, 3기 9%, 4기 3%였던 것에 비해, 2005~2011년 병기별 생존율은 1기 80%, 2기 55%, 3기 22%, 4기 10%로 향상됐다.
강진형 교수는 “다학제 진료가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의료진 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심이 필수”라며
“이러한 진료 체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각 진료과 의료진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출 처 : 헬스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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