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진정한 관계의 법칙 / 법상스님

덕 산 2025. 1. 3. 06:48

 

 

 

 

 

진정한 관계의 법칙

 

참된 관계란 '나'가 끼어들지 않는 것이며, 과거가 또 미래가 끼어들지 않는 것이고,

따라서 생각이나 관념이 개입되지 않은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매 순간 전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뿐이다.

그 사람 앞에 나타나는 모든 대상은 아주 순수하고 신선하며 새로운 관계의 대상이 된다.

 

참된 관계로 상대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관계 속에서의 관수행이며, 명상이다.

그렇게 차별 없는 맑은 관계를 가졌을 때, 나와 상대는 둘로 나뉘지 않는다.

내 앞에 있는 그 한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 된다.

'나'라는 울타리가 걷어지고, 과거나 미래라는 얽매임의 틀에서 호젓하게 빠져나와  

시간과 공간의 굴레에서 벗어난채 나와 상대라는 분별을 넘어섰기 때문에

그는 바로 나 자신이기도 한 것이다.

 

참된 관계란 아이러니하게도 참된 홀로 있음, 침묵 속에서 형성된다.

외롭고 고독한 내면, 그래서 그 어떤 것도 담겨 있지 않은 텅 빈 내면,

그 내면의 텅 빈 홀로 있음이 우리를 참된 관계로 이끌어 준다.

홀로 있음이 곧 전체와의 관계를 맺어주며, 참된 전체와의 관계가 바로 홀로 있음,

하나 됨의 깨우침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관계는 곧 깨달음의 열쇠가 된다.

관계 맺음이 바로 하나 됨이기 때문이다.둘로 나뉘지 않는 하나의 큰 나툼이기 때문이다.

 

얼마만큼 침묵으로, 텅 빈 시선으로 상대를 만나고 있는가

 

싯다르타가 새벽별을 보는 순간 온 우주가 진동을 하듯,

홀로 아무런 경계 없이 불현듯 깨닫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대자연이 되었든,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깨달음은 온다.

내가 맺고 있는 수많은 인간관계를 살펴보라.

얼마만큼 진리에 합당했는가, 얼마만큼 내가 사라졌고 과거 미래가 사라졌는가.

 

대자연과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나와 동등한 평등심으로 나무 한 그루의 관계를 맺어보라.

 

나무 한 그루의 참된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나아가 온 존재와 온 우주와

모든 사람들과 본질적으로 참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순수하게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아무런 관념이나 이기, 아집이며 생각, 차별이나

분별없이 그저 아무것도 나와 나무 사이게 끼어들지 못하게 다만 바라볼 수 있으면 된다.

 

말 그대로 그냥 보기만 하라는 말이다.

이건 너무 단순하고 기초적인 얘기다.

너무 쉽고 단순하기 때문에 너무 어렵다.

 

다시 한번 직접적으로 대상을 바라보자.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 참된 관계를 맺어보자.

한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라.

그러나 나무를 보고 있는 '나'를 붙잡지 말라.

나를 쑥 빼놓고 다만 바라보기만 하라.

 

완전한 침묵으로써 다만 바라보기만 하라.

사람들과 또 수많은 대자연의 생명과 마음을 내어 관계를 맺고,

교류하며 살아가되 그 어디에도 마음이 머물러 집착하거나 분별하지 않을 수 있는 도리다.

군중 속에서, 관계 속에서 교류를 행하면서, 그 속에서 저 홀로 내적인 침묵을 지킬수 있어야하고,

또한 그러한 외로운 침묵 속에서도 다시금 전체와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참된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상대와 나 사이에 한송이 연꽃이 피어난다.

그렇게 이 세상과 나 사이에 참된 관계를 맺었을 때, 비로도 세상과 나 사이에

세계일화의 한 송이 꽃 봉우리를 틔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 무위의 관계에서도 업과 윤회의 어두운 굴레는 멈춰지고

저 깨달음의 언덕으로 향하는 길벗이요,

도반이라는 향기로운 인연으로 맺어지게 될 것이다.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