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음으로도 충만한 스님
엊그제 한 도반스님을 만났는데요.
그 스님이 스승님으로 존경하는
어른 스님의 이야기를 해 주시는데
가슴에 와 닿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 어른 스님은 당신이 보았을 때는
아무런 즐거움이 없는 것 같다고 했어요.
무언가 삶에 낙(樂)이 없어 보인답니다.
늘 법회하고 기도하고 참선하고 산책하고
아니면 방 안에 혼자 앉아 있을 뿐입니다.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답니다.
책 한 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에 혼자 좌선을 하고
또 기도 시간이 되면 기도하고 법회 시간이 되면 법회하고
그 외 시간에는 작은 취미 활동 같은 것도 없다는 거예요.
그냥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다는 것입니다.
신도님이 오시면 신도님과 이야기 나누다가
또 없으면 들어가 앉아 있고 그냥 방 안에만 앉아 계십니다.
그래서 이 스님이 생각할 때는 저 스님은 어찌 삶을 저토록 재미 없고
심심하게 살고 계실까 하고 생각을 했는데,
가만히 오랫동안 그 스님을 살펴보았더니만 ,
이 스님은 누군가 옆에 있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어떤 즐길거리가 있지 않더라도,
어떤 소유한 바가 있지 않더라도,
누군가 대화를 즐길 사람이 곁에 있지 않더라도
그저 혼자서도 충만하고 행복하신 겁니다.
돈과 함께 있지 않아도,
무언가 나를 알아줄 사람이 있지 않아도,
누군가 전화를 걸어 노닥거릴 일이 없어도,
무슨 재미있는 건수를 찾지 않아도,
그 어떤 것 없이 혼자 독방에 앉아 있더라도
아무런 외로움 없는 자기중심이 딱 서 있는 분인 거예요.
자기 내면의 중심이 딱 서 있게되면 바깥을 찾아 나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가 내면의 방 안에 딱 들어서 있는 것이지
바깥을 향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내면의 이 공허함을 달래줄 무언가를 찾아 나서지 않는 것입니다.
그 대상이 어떤 사람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돈이 되었든, 명예가 되었든,
소유물이 되었든, 어떤 재미난 일이 되었든,
그런 것들을 찾아 나서지 않고 그저 홀로 있더라도
가득 차 있고 중심이 잡혀 있기 때문에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밖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스님 같겠지만
정말 얼마만큼 중심이 서 있는 분이신지,
그 자리가 얼마나 굳고 깊은 자리인지 아시겠습니까?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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