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 안재동
흐르는 물살에 잘 버텨야 한다.
자칫 중심을 잃어 제자리를 이탈하거나
급류를 이기지 못해 떠내려가기라도 하면
사람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9월은
최대한 편하고 좋은 징검다리가 되려 애쓴다.
사람들은 심성 고운 그런 9월을 사랑한다.
길목을 지키는 존재란
으레 긴장되고 분주하게 마련이지만
가을의 길목에 선 9월은
언제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풍성한 들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즐거운 마음을
선선한 공기를 들이켜는 사람들의 싱그러운 호흡을
푸르른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잘 알기 때문이다.
9월의 들녘에선
여름내 살쪄 올라 사람들을 뒤뚱거리게 했던
무료와 권태의 비계덩이들이
예리하게 날 다듬은 낫이며 호미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농부들의 힘찬 손길에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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