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 공석진
완벽하게
세상은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두 다리에
잔뜩 힘주고
버텨주던 빌딩들도
한번 건들면
폭발할 것 같던
충혈된 시선들도
계절 중에
여름이 제일 좋다는
가진 자들의 호들갑도
이젠
아무런 저항 없이
백기를 들고 말았다
사람들의
멍한 무기력
그 사람들 앞에
살아보려는
의지를 불사르는
걸인의 구걸
버스터미널 한쪽 구석
낡은 선풍기
탈탈탈
의미 없이 돌아가고
지쳐 널브러진
사람들의 의식에
사정없이 내리치는
소나기에 대한 꿈은
정녕
없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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