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그러하게 / 이순희
언제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화분에
하얀 날개 같은 꽃이 피었다
볼품없는 잎을 달고 제구실도 못 하던 싸구려 그 화분엔
물도 잘 주지 않았다
예쁜 꽃을 피우는 화분들에게 정성 들여 물을 주다가
남은 물 선심 쓰듯 조금 끼얹어 줄 뿐이었다
그런데 그 화분 잎 끝마다 뽀오얀 속살을 내밀더니
천사 날개 같은 꽃을 피웠다
자꾸 시선이 간다
그러다가 스치는 무엇
무심해져야
꽃도 꽃잎 무심하게 지우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을
꽃 하나 피웠다고
호들갑 떨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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