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단상(斷想)
아침 기온이 영상이라
옥상 다육이 비닐하우스 문을 열어주고 산책하러 나섰다.
짙은 회색 구름이 눈이라도 내릴 듯...
코로나와 함께했던 시간이 어느새 송년을 맞이하는 마지막 달이다.
코로나로 인해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고 혼란의 연속이다.
12월엔 지난 1년 동안 소망했던 일들이
잘 마무리 되었는지 돌아보게 되는데
올 한 해 어떻게 보냈는지 되돌아보는 마음의 여유도 없어진다.
성곽 주변에 억새꽃들이 요즘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에
창룡문 근거리 동북공심돈 부근에 있는 억새 군락지로 향했다.
기대했던 억새꽃은 바람에 홀씨가 많이 날아가고
화성을 지키는 파수군인 듯 꽃대들이 꼿꼿하게 서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몇 카트 담아오려고 생각하다가
하늘도 흐리고 사진이 별로일 것 같은 생각에 다시 봉수대 방향으로 걸었다.
며 칠 전부터 조석으로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성곽 주변 이파리를 떨군 작은 나무 가지가 안쓰럽게 보인다.
나이 들며 사람은 생각이 깊어진다.
나이에 따른 현명한 지혜와 슬기로운 혜안을 가져야 하는데
나 자신...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이 들면 그에 따른 인격도 형성되고
퇴직 후의 삶은 여유가 있으리라 젊었을 땐 생각했는데...
퇴직 후 시간적 여유와 함께 당연히 갖춰야 되는 현실은
건강과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노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와서 내 삶의 굴레를 벗어나 생활할 수 없고
앞으로도 살아온 삶의 연장일 뿐 변하는 게 없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싶다.
걷다보니... 동루 주변 억새 군락지에 도착했다.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고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동루 주변 억새꽃은 성곽이 바람을 막아주어
홀씨가 날아가지 않아 보기 좋다.
미풍에 흔들리는 억새꽃 무리가 성곽을 지켜주는 듯...
억새 군락지에 몇 개 갈대꽃이 보인다.
갈대는 습지에서 자생하는데 어떻게 이곳에서 꽃을 피웠는지 의문이다.
갈대꽃을 보니...
수와진이 부른 새벽 아침이 떠올라 콧노래를 불러 본다.
“나는나는 갈대가 되어 너를 기다리고
너는너는 이슬이 되어 나에 모습을 찿는다.”
송년이 다가오며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이 떠오른다.
내년에는 금년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한탄하고 실망과 좌절을 겪지 않으며,
일상이 희망으로 승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2020. 12.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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