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벌 초

덕 산 2012. 8. 13. 14:09

 

 

 

 

올림픽 주요 경기가 새벽녘까지 중계되는 관계로

열대야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요즘...

올림픽 경기가 무더위로 잠 못 이루는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보내게 한다.


여자 핸드볼 경기를 시청하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04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히 씻고서

벌초할 때 입을 옷가지와 모자 등을 챙겨서 출발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도로 옅은 안개가 깔려있고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도로변 논에 벌써 벼이삭이 보인다.

세월 참 빠르다.

가믐이 지속되어 모내기도 어렵다는 등 하던 말들이

엊그제 같은데 부분적으로 조생종을 심은 논에 벼이삭이 팬것이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보도였는데...

고향으로 내려 갈수록 검은 구름이 많이 보인다.

도착하자 마자 비가 요란스럽게 내리기 시작한다.

벌초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잠시 비가 그친다.


서둘러 부모님 산소로 향하면서

마을 앞 주막에서 아버님 생전에 좋아하시던

술을 올리고 싶어 소주와 마른안주 그리고 어머니께 올릴

음료수를 준비해서 산소에 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하늘에서 자식 놈 살아가는 것을 지켜만 보시는데

산소를 찿아 온 자식이 반가우신지? 궁금하다.

상석에 주포와 음료를 올리고 절을 올린다음 작업을 시작했다.


금년 들어 두 번째 벌초인데...

가믐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서인지 잔디는 별로 자라지 않았으나,

어디서 날아오는지 계절마다 잡초가 다르게 자란다.

요즘엔 바랭이풀이 봉분주변에 있고 억새가 몇 군데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예초기 날로 깊게 억새의 밑 부분까지 잘랐지만

왕성하게 자라고 번식력이 강한 놈이라 다음에 벌초 할 때에

또 다시 몇 군데 무더기로 왕성하게 자랄 것이다.


쑥이나 광옆 식물은 봄 철 약을 한번만 살포해도 모두 죽는데...

억새 죽이는 약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잔디까지 죽는 게 아닐런지... 자세히 알아봐야 될 것 같다.


구름끼고 보슬비는 내리는 날씨...

옷이 젖어 좀 불편하긴 해도 햇볕이 내리쬐는 것보다

수월한 것 같다.

한 시간 반 정도 예초기를 메고 작업을 마치니...

어깨도 아프고 손도 아프다.


부모님 살아생전 잘 해드리지 못하고

돌아가신 뒤에 년 중 세 차례 씩 벌초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만

그래도 이렇게 벌초라도 몇 차례 해드려야

마음이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다.


벌초를 마치고 집에 가보니

잡초가 마당과 집 후면에 많이 자라서 풀숲이다.

지난 번 첫 벌초하던 6월초에 날씨가 좋지 않아

제초제를 뿌리지 못해서 그런지

오랫동안 비워 둔 빈집이지만... 속상하다.


비가 내리니... 제초제를 뿌릴 수 없고

예초기로 잡초의 중간을 자르며....

어릴적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기억들을 꺼내고 있다.

아직 부모님 손 떼가 묻어있는 도구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집에 대한 그리움이 항상 잠재하고 있는 것 같다.


마루에 않아 주변을 살피니...

아버님께서 심은 능소화가 곱게 피어

나를 보고 활짝 웃고 있다.

아마... 나를 반기는 부모님 웃음이겠지....


약 세시간 정도 작업을 마치니...

너무 힘들다. 이젠 체력이 부족함을 느껴진다.

작업하며 힘든 시간 중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기분좋다.

세 번째 벌초는 추석 보름 전 쯤 해야겠다.


- 2012. 8. 13. -



부모은중가


나무아미타불

생각하길 거듭해서 곰곰ㅡ이 살펴보오

세상살이 천만이래 제일가는 중한것이

사람마다 생각하면 부모은혜 제일일세

억조창생 개개인이 부모없이 어이나며


설사탄생 했더라도 부모없이 자랄손가

다큰뒤에 살펴보면 제ㅡ절로 태어나서

제ㅡ절로 자란듯이 여겨지고 생각되나

지ㅡ나온 과거일을 오늘지금 회고하면


청산같이 중첩되고 녹수같이 장원하며

일월같은 부모은공 태산같은 부모은공

생각하고 생각하면 허공같이 넓어지니

그중에서 어머님은 백천배나 더할지니


열달이나 태중에서 이몸하나 배양할때

돌산처럼 육중하게 짐을진들 무거운몸

천일만일 괴로워서 즐겨할이 별로없이

근심걱정 다길울어 순산하기 소원터니


달이차서 해산할때 실오라기 가는몸숨

죽음같은 아픔속을 말로어이 표현하리

신음신고 하면서도 우는생명 소리듣고

천만고통 잊어먹고 반가움이 솟아나서


남녀분별 전혀없이 자식사랑 끝이없네

아기몸에 병이들면 불철주야 약을구해

성한몸이 될때까지 마음졸여 정성일세

부드럽게 따뜻하게 보배인양 보호하고


기름지고 좋은음식 시시때때 갈아먹어

유월염천 더운때나 동지설한 추운때에

똥오줌을 손수받아 꽃과같이 여기시며

눈물콧물 온갖때을 자주자주 목욕시켜


가슴속에 따신젖을 주야없이 먹이시며

따사롭고 마른자리 조심조심 재워주며

이렇게도 양육하고 예의범절 글공부와

온갖재주 다가르쳐 일구월심 지도하여


호걸남자 절세미녀 결혼성례 시킨뒤에

잘되기을 바라며시 이은혜을 잊을손가

자식하나 잘되기을 천지성심 모두빌어

자식위해 잘된다면 못할일이 없사옵고


믿는자식 객지가면 부모마음 객지가서

언제든지 돌아와야 그마음이 편한하니

인간세상 어러움은 부모되는 도리로다

이와같이 중한은혜 침묵으로 표현될까


젊은청춘 좋은시절 자식때문 다늙엇네

서산날개 다된백발 우리인생 우리부모

친부모나 시부모나 처부모나 내부모나 

????

선근공덕 모든이래 부모효도 제일이요


많은중생 그중에도 효순부모 제일이세

극락세계 연화봉에 효부효자 상품되여

천상옥경 상제전에 효순제자 제일이니

부모은공 바로알아 효도하고 정도가오


인간세상 죄악중에 불효죄가 최상이며

염라대왕 지옥문에 일직사자 월직사자

도산금수 저지옥에 불효죄가 제일이니

놀라고도 두럽도다 알고어이 불효하리


어머님이 백세라도 팔십자식 염려하여

한평생이 다하도록 자식사랑 못잊으니

둘도없는 부모은혜 어느날에 다갚으랴

이내몸이 다하여도 부모은혜 잊지말고


오메불망 지극정성 부모은공 다갚아서

금생안락 후세태평 영원동안 누려지다


--- 보광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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