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의 열쇠는 나에게 있다
보통 우리는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줄 때
마음속에서 그것은 '네 잘못', '네 문제'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것은 '너의 문제'이고 나는 문제를 상담해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너의 문제이기도 한 동시에 '나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내 안에 어떤 문제가 없다면 그 사람이 그 문제를 나에게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 가져옴과 동시에 그것은 함께 풀어가야 할 공동의 과제가 된 것이다.
왜 그럴까?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왜 하필이면 나에게 상담을 하러 왔겠는가?
나와의 공유된 업과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참된 상담가는 상대방의 고민을 풀어주며 사실은 내 안의 업을 닦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문제를 치유해준다는 것은 곧 내 안의 문제를 치유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행자는 상담을 하면서도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다.
내 안에 어떤 업장과 문제가 고민을 가진 상대방을 내 앞에 오게 했는가?
물론 완전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원인이 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며.
한두 생이 아니라 몇 생에 걸친 수많은 업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우주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 수많은 인과의 연결 고리를 어떻게 우리 눈으로 다 볼 수 있겠는가?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1,500만 비트의 정보 중에서도
고작 15비트만을 인식하는 우리가,
수억만 종류 이상의 업과 인과의 소식을 어떻게 다 헤어려 알 수 있겠는가?
그것은 신과 부처님만이 알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무엇인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원인이 내 안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내 안에 있는 원인을 닦고 비움으로써
상대방과 연결되어 있는 공업(共業)이 함께 닦여지면서 상대방의 문제가 풀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불교 의식이나 법회에서 행하는 축원(祝願)의 비밀이다.
스님이 축원을 해준다고 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가장 직접적이고 빠른 방법은 자기 자신이 직접 닦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와 인연 지은 스님이 마음을 비우고,
온전히 깨어 있는 정신으로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축원해준다면
그 힘이 법계를 울리고 나와 연결된 내 안의 업도 함께 변화를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수행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가능하며
실제로 수도없이 일어나고 있는 기적들이 바로 발원과 기원의 힘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결과적으로 내가 만나는 모든 사건과 난관들이
사실은 온전히 내 문제이며 책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상대를 탓할 일은 하나도 없다.
상대를 바꾸려고 애쓰지 말라.
문제와 잘못을 상대방의 것으로 돌리면서
상대방이 바뀌기를 바라는 한 본질은 흐려지고 만다.
내면이 투영된 '나의 문제'요, '나의 책임'이라고 자각하면서
자신으로 돌아올 때 이제 본격적으로 열쇠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내면을 닦아갈 때
나와 연결되어 있는 상대방의 문제이자 내 밖의 경계들이 정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문제를 바깥으로 돌리지 말라.
내가 문제를 인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그것은 내 문제요, 내 숙제다.
내 안에서 그 문제를 풀라.
내 안에서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환경, 가정 문제들은 사실 내 안에서 벌어지는 '내 문제'다.
내 문제가 풀리고 나면 내가 사는 세상이 청정해진다.
사회와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내가 변하면 내가 몸담고 있는 세상도 변한다.
세상은 이미 깨달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법계로 언제나 청정하다.
다만 내 마음이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이라는 필터로 걸러서 본 나의 세상도 오염되어 있을 뿐이다.
깨닫고 보니 이 세상은 본래부터 깨달아 있었다는 말이 있다.
부처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특별히 구제해야 할 중생은 없다는 말도 있다.
내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 우주도 동시에 깨어난다.
내 업장을 닦고 소멸시키는 순간 우주도 함께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내 문제로 삼아 나 자신을 닦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라.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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