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할 때...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도웁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
그렇게 한번 원망하는 마음을 품게 되면
그 과보는 세세생생을 거쳐 우리를 괴롭히게 됩니다.
윤회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원망심을 품게 되면
그 원망심이 내 마음의 커다란 인(因)으로 자리 잡게 되고,
그 마음 놓지 못하고 꽉 붙들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그 원망의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
그래서 윤회를 수레바퀴에 비유합니다.
똑 같은 업보를 그대로 받으며
몇 생이고 돌고 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원망심을 끊어버리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방하착 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음 생에 원수지간으로 다시 만나지 않게 됩니다.
세상 모든 일은 단독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상의상관으로 존재하기에
내 마음에서 원망심을 놓아버리면
상대의 마음 또한 고스란히 맑게 녹아내리게 마련입니다.
...
인과의 사슬은 도무지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세상 어느 곳으로 도망을 가더라도
동굴 속이나 무인도라도 인연의 사슬은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억울한 마음 또한 그 인과의 통 속입니다.
자기가 지은 인연을 모르니 억울하고 분한 것입니다.
억울함을 풀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마음을 놓아버려야 합니다.
부처님 참 성품 자리에 밝게 놓고 녹여야 합니다.
원망심을 풀고자 애를 쓰는 일은
인연을 거스르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
억울한 마음이 생겨났을 때
자기 지은 인연을 바로 알아 지혜로써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 원망심을 상대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로 돌려 내가 지은 인연을 명상해 보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이렇듯 빨리 자기 인연을 알아 비워버린다면 좋겠지만
자기 인연을 올바로 알기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놓아라. 비워라 하는 것입니다.
...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억울함을 당하는 그 경계를 수행의 문으로 삼으라...
억울함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내 안에서 녹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분풀이를 하고 밝히려고 애쓰지 않아도 밝힐 인연은 다 밝혀지게 마련이고,
밝혀지지 않는다면 내가 지은 과보를 받는 일이 될 것입니다.
...
그렇다고 무조건 억울함을 풀지 말라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 기준 또한 결국엔 '나다' '내가 옳다'하는 아상에서 하는 일인가
아니면 전체를 위한 일인가가 될 것입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 전체를 위해서라면
용기와 지혜를 가지고 명철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나와 상대가 둘이 아니라는
철저한 동체대비심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할 것입니다.
상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으며 밝혀야 한다는 말입니다.
원망하며 밝히게 되면
그로 인해 또다시 괴로운 윤회의 수레바퀴를 돌고 돌아야 할테니까요.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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