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역경이 나를 휘두를 때...
세상에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만일 먼저 역경에서 견디어 보지 못하면
장애가 부딪칠 때 능히 이겨내지 못해서
법왕의 큰 보배를 잃어버리게 되나니,
역경을 통하여 부처를 이룰지로다.
역경을 통하여 부처를 이루라...
이 거룩한 말씀은 늘 나의 마음을 흠뻑 적셔줍니다.
나날이 행복하지만은 않은 일상을
도리어 더욱 값진 행복으로 되돌려 주는 말씀입니다.
...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은
사실 자연스런 인연의 흐름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자연스런 변화나 인연의 나타남을
'역경'이라 생각하는 그 마음이 바로 마장인 것입니다.
역경의 나타남 또한 미리 지어 둔 업식의 과보일 뿐입니다.
자신이 지어 둔 악한 행위에 대한 정당한 결과일 뿐입니다.
중생의 경계에서 '역경'은 괴로움의 대상이지만,
수행자에게 '역경'은 다스릴 재료, 수행의 재료에 불과합니다.
...
마땅히 깨침을 구하고자 하는 수행자라면
역경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마장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역경이나 마장은 부처의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
절하고 염불하고 독경하는 것이 소극적 수행이라면
역경과 순경을 맞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수행이며 적극적 수행이요 생활 속의 수행인 것입니다.
일을 하는 중에, 수행을 하는 중에
장애가 온다면 마땅히 수행으로 돌릴 일입니다.
...
우리 앞에 펼쳐지는 그 어떤 경계라도
그것은 우리를 괴롭히려는 경계가 아닌
우리를 이끌어 주고, 성숙시켜주고, 진화시켜 가려는
소중한 공부의 재료일 뿐입니다.
내가 이겨내지 못할 경계라는 것은
아예 이 세상에 있지도 않으며, 내 삶에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내 앞에 나타난 그 어떤 경계라도
그것은 내가 이겨낼 수 있고,
그 경계를 통해 내가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공부일 뿐인 것입니다.
역경과 장애야 말로 우리를 이끌어 주는 가장 큰 스승인 것이지요.
역경이나 마장이라는 것은
사실 우리 생각처럼 어떤 실체가 있어서
우리를 괴롭히려고 찾아오는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역경도 마장도 다 내 마음의 나툼일 뿐인 것입니다.
...
그러니 마장이 오더라도, 귀신이 덮치더라도
그 어떤 괴로운 역경이 나를 괴롭힐지라도
결국엔 내 마음의 장난에 지나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 거기에 놀아나서 휘둘릴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
분명 길은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역경이라도 길은 있어요.
우리가 이겨내지 못할 일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입니다.
공연히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경계에 빠져,
꿈같은 허깨비 놀음에 빠져 언제까지 발버둥 치고만 있을 것입니까.
나도 공(空)하고
경계도 공하고
작용 또한 공한 것입니다.
공한 가운데 인연따라 꿈처럼 경계가 나오니
그것을 가지고 우리들 사람이 역경이다 순경이다 분별을 해서
스스로 빠지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턱 놓고 가면 꿈을 깰 수 있습니다.
공연히 경계에 놀아나지 않고도 시원스레 갈 수 있어요.
본래자리 자성부처님 굳은 중심을 잡고
다 놓아버리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나아갈 일입니다.
...
역경을 통해서 부처를 이룰 수 있습니다.
마냥 기쁘고 즐거운 순경 속에
도리어 마장은 터를 잡고 앉는 것입니다.
순일하게 일이 잘 풀려 나갈 때를 조심하고,
역경으로 힘겹고 어려울 때
도리어 당당하게 나아갈 일입니다.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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