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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지는 날에 / 김승동

덕 산 2024. 3. 30. 08:26

 

 

 

 

 

벚꽃 지는 날에 / 김승동

 

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고
그래서 더 알 수 없는 눈물이
푸른 하늘에 글썽일 때가 있다

살아간다는 것이
바람으로 벽을 세우는 만큼이나
무의미하고
물결은 늘 내 알량한 의지의 바깥으로만
흘러간다는 것을 알 때가 있다

세상이 너무 커서
세상 밖에서 살 때가 있다

그래도 기차표를 사듯 날마다
손을 내밀고 거스름돈을 받고
계산을 하고 살아가지만
오늘도 저 큰 세상 안에서
바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나는 없다

누구를 향한 그리움마저도 떠나
텅 빈 오늘
짧은 속눈썹에 어리는 물기는
아마 저 벚나무 아래 쏟아지는
눈부시게 하얀 꽃잎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벚꽃들이
자신의 할 일을 다 한 듯 하염없이 떨어진다.
정말이지 벚꽃이 떨어진다고 바람을 탓할 수는 없을 것같다.

2주 남짓한 짧은 시간 벚꽃은 세상에서 가장 이쁘게

아름다운 자태를 맘껏 뽐내느라고

그 혹독한 한겨울을 이기고

1년 12달을 그렇게 기다린 건지도 모르겠다.

벚꽃이 화려하고 화사하기는 하지만

벚꽃처럼 살고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굵고 짧게 인생을 끝내는 벚꽃이 좋아 보이기도 하나

내 인생 만큼은 소나무처럼 대나무처럼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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