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末年)과 만년(晩年)
김홍우(khw***) 2020-04-29 14:36:45
말년(末年)이란 ‘사람의 삶에서 그 끝 무렵. 어떤 시기의 마지막 무렵’ 이라는 설명이면서 예시에 ‘제대말년’ 등이 있어서
미소 짓게 되는데 우리나라 남자들은 대개가 그 ‘제대말년’을 경험하기 때문이지요. 또 만년이란 ‘나이가 들어서 늙은 때’라는
설명인데.. 그래서 두 단어 모두 ‘끝 무렵’을 말하는 것으로서 쓸쓸함을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생으로 말하자면 ‘노인’에 해당되는 것이 되겠습니다만.. 그리고 우리나라 국가공식(!)노인은 65세부터이니 저 같은
사람도 해당이 되기도 하겠으나 요새 60대 노인들은 ‘청년’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하도 많아서 허허 하게 됩니다.
저 어릴 적만 하여도 60세로 환갑을 지난 이들은 ‘오래 살은 사람’이고 ‘살만큼 산 노인’이었기에 과연 60세를 지나면
인생의 말년이고 만년이라는 말들을 들었지만 지금 사람들은 누가 60대에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쯧쯧 혀를 차면서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합니다. 그만큼 사람의 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인데 그리하여 요사이는 말년 만년 하면 적어도
80세 이상 된 이들의 현재를 일컫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쯧, 얼마의 기간을 살았든지 살고 있든지 사람들로부터 ‘노인’소리를 들으며 어린 사람들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소리를
듣고 젊은이들로부터는 자리를 양보 받고 있는 ‘나이 드신 어르신’ 으로서의 사람이 되었다면 바로 그 모습이 이제는
말년과 만년을 지내고 있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곧 늙은 사람, 살만큼 산 사람, 이제 얼마 안 있어 세상과는 결별하여야 할
사람이라는 서글픈 단순도식으로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 중에도 ‘어르신’의 모습으로 끝까지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곧 죽을 늙은이’라는 말을 들으며 뒷방 기거(起居)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휴하는 탄식으로 사람의 인생과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것은 이미 철학적 인생명제로 널리 회자되고 있는 말입니다.
여기에는 “사람은 어떻게 늙어야 하는가?”하는 것 역시 함축되어 있고 또 “늙은이가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과 대우는 무엇인가?” 하는 것 역시도 거기에 녹아 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평생 일을 열심히 하여도 또는 늘 놀고먹어도 누구나 다 늙고
노인이 되고 말년과 만년을 지내게 됩니다. 이것은 현실이지만 또한 무서운 사실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거기 그 모습에서 ‘사람의 삶’과 ‘인간의 수명연장’모습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라는 말은 여타
다른 종의 동물들과는 그 격을 고품격으로 달리 구분하여 부르는 말이지만 ‘인간’이라는 말은 그저 지구상 생명체의
종의 구분으로서 모든 동물들과 사람을 생물학적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시각으로입니다. 사자라는 동물 코끼리라는
동물 개라는 동물 인간이라는 동물.. 이기에.. 그리고 사람의 구분과 평가는 그 사람의 말년과 만년의 모습에서
보여 지고 알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어느 누가 자신을 일컬어 “나는 개처럼 살았다.”고 하겠는가마는 그 평가는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에 거기에 대하여 본인 곧 당사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즉 모든 이들이 자신을 향하여
“개 같이 살았다”라고 한다면 그 사람의 일생은 ‘개 같은 삶’이라는 정답을 갖게 되고 그렇게 사료에 기록되면서 그 이름 역시
‘개 같은 이름’으로 후세에 물려지게 됩니다. 또 그 후손들은 사람들로부터 ‘그 개 같은 자를 조상으로 둔’이라는
비난에서 일생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이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은 말년이 좋아야 한다.” 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즉, “만년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 사람이 멋지고 아름다운
일생을 지낸 것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비록 젊은 날에 어렵고 힘들고 고생하고 병약하였더라도 그 ‘지금의 좋은 만년’은
그 모든 것을 상쇄하여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복 된 말년’을 위하여 일찌 감치부터 준비하고
예비하기를 열심히 하는데 과연 그러하여야 합니다. 또 누구의 평가를 듣기 위하여서가 아니라 자신의 좋은 삶 곧
‘잘 못하여 후회할 것이 없고 부끄러워 감출 것이 없는 삶의 날들을’ 평안한 말년과 만년의 모습으로 지내기 위하여서 이지요.
사람들은 말년에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건강 돈 친구 취미.. 순으로 꼽는 경향들이 많이 있지요. 물론 다 좋은
것이지만 정작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자부심’이라는 생각입니다. 나는 나에게 맡겨진 무엇인가를 다 해냈다는
만족으로서의 뿌듯함 같은 것이지요. 만약 이것이 없으면 건강해도 기가 죽고 돈이 있어도 말초적 도락의 재료가
될 뿐이며 친구와 취미 같은 일들도 시큰둥하게 되는데 곧 내가 맡은 또 내게 맡겨진 일을 다 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우울함이 그 마음에 불만족의 기조가 되어 항상 거기에 위압스럽게 서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떠한 삶의 날들을 지내시고 또 만들어 가고 있습니까? 지금 당신이 하는 그 일이 나의 만년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십니까? 말년과 만년이 중요한 이유는 상기한 바처럼 ‘그 때가’ 나의 지난 ‘모든 때’의 결론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정직함으로 아무 것도 숨길 것이 없는 말년을, 지금 진실하고 순전함으로 또한 아무 것도
감출 것이 없는 ‘평안함으로 뿌듯한’만년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바로 영과 혼의 건강함이며 사실은 그것이
육체의 건강보다도 앞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 뒤에 ‘씨’자만 붙여도 “씨는 무슨 씨 그런 작자한테”하는 말을 듣곤 하는 한 때는 무력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까지
올라 거칠 것이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국민들을 향하여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 휘두르던 한 사람이 비록 아직도 가진
재산은 많아서 여유의 날들을 보내고는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를 향한 비난과 한 맺힌 저주의 욕설은 많고..
그가 여전히 응 꼬리뼈에 까지 힘을 주어 주장하는 자기변명만큼은 아무도 들어주거나 알아주지 않고 있는 이의
‘비참한 말년의 초라한 만년 모습’을 그가 죽을 때까지 이어질 것 같은 ‘법정출두’의 모습과 또 거기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배 째라’의 모양을 그의 최근 동정(動靜)으로 전하는 TV 뉴스로 보면서는 이래저래 혀를 차게 됩니다.
선하고 착한 것에서는 물론 배울 것이 많지만 악하고 못 된 것에서도 역시 배울 것이 있는데 곧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지..’하는 것으로서 입니다. 누군가의 말년(末年)과 만년(萬年)은 그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가르침과
교훈을 주는 것으로이어야 하는데.. 상기 된 것처럼 인생의 ‘끝 무렵’을 지내면서도 그렇듯 여전한 손가락질 속에서 두문
불출 하는 비참한 만년이 아닌 넉넉하고 건강한 모습이 가득한 웃음의 만년(滿年)으로 지내시는 모두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산골어부 2020429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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