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일기.
박천복(yor***) 2020-05-17 22:31:14
나는 가끔 블로그에 나의 노년일기를 올린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자기의 노후를 설계하는 분이나 이제막
정년퇴직 후 노년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기위해서다.
인간의 노후는 계획과는 아주다른 현실이다.
그건 살아보지 않으면 짐작도 못한다.
지금 나는 논년생활 20년차의 베테랑이다.
나의 노년일기는 수많은 서로 다른 케이스중 하나일 뿐, 대표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체험된 기록이기 때문에 참고할 가치는 충분할것이다.
선병자의원(先病者醫院)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매일아침 6시 전후에 일어난다.
아침식사준비는 나와 아내가 반반 책임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삼식이가 되지않기 위해서다.
오늘아침은 아내의 차례,
식탁에는 아내가 잘 만드는 소고기스튜가 준비돼 있고 잘 데운 모닝롤과
에그스크렘불, 그리고 스페인산 올리브열매와 커피가 있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식사중 우리의 화제는 코로나사태가 언제 끝날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서재에서 안락의자에 깊숙히 앉아 조간신문을 읽는다.
노년생활에서 종이신문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내 서재에도 스마트폰, 테블릿피시, 데스크탑,
그리고 TV가 있지만 화면으로 글을 읽지는 않는다.
화면은 크든작든 일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은 노인들에게 아주 큰 읽을거리이며
신문내용을 읽는동안 뇌 활동이 커진다.
국내외의 주요뉴스와 접할수있고,
사설과 칼럼들은 수준높은 교양의 원천이다.
사회면과 문화면에서는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읽을수 있으며
정치면에서는 썪은 내가 풀풀나는 정치후진국 모습을 읽을수있다.
사실 종이신문을 읽지 않으면 하루 중 글자를 읽을 기회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인이 글을 읽지 않으면 치매에 걸릴 확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노인이 되면 최소한 일간지 하나는 구독해야
머리가 녹슬지 않고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신문을 읽은 뒤에는 컴퓨터를 켜서 이메일 온 것을 열어보고 답신을 보낸다
또 두 곳의 블로그를 열어 댓글을 체크한 후 답글을 쓰기도 한다
다음은 써놓은 원고를 다시 읽으면서 수정해 나간다.
써놓은 원고들은 블로그에 올리기 전 몇 번 수정하고 맞춤법도 체크한다.
다음은 지금 쓰고 있는 원고를 계속 쓰게 되는데 이때 자료검색도 함께한다.
언제나 원고 쓰는 일은 힘든 작업이다.
80대중반의 노인인 내가 아직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이 글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내가 정신적으로 젊게 사는 비밀이며 치매도 예방하는 지혜다.

그 다음이 독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다섯 권, 매일 책을 바꿔가며 읽는다.
70이전까진 신간기준 일 년에 100권정도 구독했지만
지금은 60권 정도로 줄였다.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광이다.
지금도 2000권이상의 장서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책 꽂을 서가가 부족해서 방바닥에 쌓아놓고 있다.
책은 반드시 종이책을 읽어야하며 밑줄과 함께
여백에 메모도 꼼꼼하게 해야 한다.
다시 읽을 때를 위해서다.
또 그래야 공부가 되고 주요내용이 머리에 저장된다.
점심식사는 언제나 내가 준비한다.
화가인 아내가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작업의 연속성을 위해 그렇게 하고 있다.
오늘은 카레를 만든 후 인도산 종합향료 마살라를 듬뿍넣 어 인도식 카레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미 온라인쇼핑으로 사 놓은 인도산 난을 기름을 두르지않은 팬에
다시 굽고, 올리브열매와 함께 내 놓는다.
커피는 내가 즐기는 부드러운 블랙 아라비카100을 준비했다.
난을 인도식 카레에 찍어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사실은 옐로우 달이 더 좋은데 만드는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
인도식 카레로 대신하고 있다.
이 메뉴는 아내도 아주 즐긴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잠시 휴식한 후,
매일하는 걷기운동에 나선다
내가 걷는 길은 양쪽에 논과 밭이 있는 수로의 뚝길이며
왕복 60분에 6키로, 내 걸음으로 7500보다. (스마트폰 기록)
나는 반평생 걷기운동을 하고 있으며 내 건강의 기초는 바로 걷기운동이다.
영하7도이하와 영상30도 이상은 걷지 않는다.
대신 어떤 악천후에도 걷기운동은 쉬지 않는다.
걷기운동은 다리로 하는 게 아니라 의지로 하는 운동이다.
길에서 걸을 때 20대들도 내 걸음은 쫓아오지 못한다.
집에 돌아온 후 내가 내 몸에 맞도록 개발한 스트레칭을
약10분간 한 후 시원한 야쿠르트를 마신다.
그리고 샤워한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악기를 손에 잡는다
목관클라리넷을 할 때도 있지만 첼로를 더 많이 한다.
나는 바하의 무반주첼로모음곡 1번의 5곡, 미뉴엣1,2를 6개월 연습해서
연주해 봤고, 지금은 아름다운 멜로디의 1곡 푸렐류드를 연습하고 있다.
악기를 하게 되면,
악보를 정확히 읽어야하는 시각, 음정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청각,
현이나 발브를 정확히 짚어야 하는 촉각, 그리고 첼로와 같은 큰 악기를
다루고 활을써야 하는 체력이 요구된다.

노년생활에서 악기는 정말 커다란 생활의 활력소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분산화음을 반주로 아당의 오 거룩한 밤을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면 거의매번 뜨거운 박수와 함께 앙콜을 받는다.
나는 파이프올갠 반주로 첼로를 연주하면서
또 다른 음악의 놀라운 세계를 체험하기도 했다.
음각과 악기가 있는 한 내 영혼은 언제나 깨어있는 젊은이다.
대개의 경우 악기연습은 2시간 정도다.
최고로 집중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피로도도 높다.
아내는 저녁시간 기타와 우쿨렐레를 연습한다.
미성의 소프라노이기 때문에 자기반주로 노래를 잘 부른다.
악기연습을 마치면 커피를 마시면서 상당시간 휴식한다.
다음, 온라인쇼핑으로 몇 가지 식품을 주문하고
인터넷뱅킹으로 두 곳에 송금도 했다
내 책상에 386컴퓨터가 놓인 게 1974년, 자재관리과장 때였다.
철강회사 자재관리부서의 원, 부자재는 기본 아이템이 1만여 가지.
그 수불을 수작업으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원료공급처인 일본의 히다찌가 개발, 자체 사용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 각종업무를 전산화했다.
내가 노년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그만큼 컴퓨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판으로 입력하는 속도가 빠르다.
우리 집 저녁식사는 각자도생이다.
화가아내의 스케쥴이 자유 분망하기 때문이다.
오늘저녁 나는 컵반으로 보리밥과 강된장 비빔밥을 먹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유튜브로 내가 즐기는 음악들을 듣는다.
오늘은 퀸과 폴 로저스가 함께 부른 이메진,
언제 들어도 좋은곡이고 노래도 잘 부른다.
홀리오 이글레시아스가 코러스를 깔고 부르는
라 팔로마도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스페인어 가사가 정말 듣기 좋다.
가끔은 오래된 노래, 파블로 밀라네스의 욜란다를 듣는다.
이곡은 후렴부분에서 청중들이 함께 부르는 떼창이 더 즐겁다.
음악을 들으면서 며느리가 갔다 놓은 발렌타인21을
스트레이트로 조금 마신다.
하루 중 가장 릴럭스한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취침 전 잠깐 갈라디아서를 읽었다.
나는 헬라어를 배웠기 때문에 신약을 원문으로 읽는다.
아내는 반드시 영어성경을 읽는데 이해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개의 경우 밤 11시 전후에 취침한다.
이 일기를 끝내면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노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
반드시 젊어서부터 건강관리를 할 것이며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종목을 선택해야 한다.
노인을 지치게 하고 늙고 병들게 하며 종당에는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 무료다.
할 일이 없어 심심하다는 것, 그건 가장 무서운 노년의 적이다.
끝까지 할 수 있는 건전한취미가 꼭 있어야 한다
운동하고 취미가 있으면 끝까지 건강하게, 젊게 살수 있다.
20년 노후생활에서 내가 깨닫고 알아낸 비밀이다.
요즘 젊은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자양분이다 ㅡ 알 파치노.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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