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 자리인데
- 淸草 배창호 -
산 넘어온 바람에 눈을 틔우고
봄살에 윤이 난
이쁜 짓이 하도 훈훈해
일순 마음 한번 돌렸을 뿐이라지만
다가와 포갠 손짓이 이렇게도 다를 줄이야
꾹 눌러 앉혔던 잠에서 깨어나
초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곳곳이 생동과 설렘으로 부풀어있다
시작이야 들떠있는 봄이 꿈을 펼치는 것이라지만
때 되면 산수유 가지에도 망울망울
노랗게 봄을 전령하는 짓이 일품이다
쳇바퀴 시절이 가져다준 묵시적 깨우침을
알면서도 지레 모른 척하는 꽃샘의 앙탈도
어쩌다 한 번이면 족할 터인데
버겁게 밉상 짓거리는 말아야지 하면서도
바람은 늘 욕심이 많다
철 따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생명을 중시하는
뿌리와 가지 하나도 소홀할 수 없어서
늘 변하지 않는 그 자리라는
무제의 단상을 놓고 있을 뿐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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